한·미 이틀째 고위급 외교당국자 회의
손턴 국무부 차관보 대행
"北 붕괴·정권교체 불원 등
4NOs가 우리의 입장
남북 정상회담 지켜보자"
[ 정인설 기자 ] 남북한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업무를 총괄하는 미 국무부 고위관료가 “대북 침공은 없다”는 미국 정부의 기존 원칙을 강조했다. 대북 강경 노선을 유지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 인준을 앞두고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24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 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거론한 4노(NO)즈는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물론 그것은 여전히 분명한 우리의 입장”이라고 답했다.
‘4노즈’는 북한의 정권 교체와 북한 붕괴, 흡수통일을 바라지 않으며 북한 침공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던 작년 8월 틸러슨 당시 장관이 처음 밝혔다. 미 정부 인사 중 대화파로 불리던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북한) 정권 교체와 붕괴, 한반도 통일 가속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38선 이북에 우리의 군대를 보내려는 구실도 찾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 11월까지 북한 도발이 이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 사이의 다른 목소리가 자주 나와 ‘4노즈’가 과연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게다가 틸러슨 장관이 경질되고 슈퍼매파로 불리는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신임 국무장관으로 임명되자 이 같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렸다.
하지만 이날 손턴 대행이 “4노즈가 계속 유효하다”고 말해 미국 정부가 앞으로 4노즈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턴 대행은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역할을 맡아온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은퇴한 뒤 한반도 업무를 총괄해왔다. 손턴 대행이 말한 4노즈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이달 초 폼페이오 내정자가 비밀리에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도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턴 대행은 비핵화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날 “우리는 우리의 목표로서 비핵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에 시한을 설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시점에서 그것을 논하기는 이르다”며 “우리는 할 일이 좀 있고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간 논의가 어떻게 되는지 봐야 한다”고 답했다.
손턴 대행은 이도훈 본부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에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 앞의 기회들이 매우 기대된다”며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이 큰 성공을 하길 빈다”며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했다. 이어 “심도있는 조율을 계속하고 주의깊게 지켜보자”고 말했다. 손턴 대행은 지난 2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윤순구 외교차관보를 만나 대북정책을 조율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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