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또 거짓말 들통…경찰, 자금흐름 추적 급물살
서버·매크로 암호는 '킹크랩'
서버 이용하면 더 효율적으로
'공감' 클릭수 늘릴 수 있어
드루킹 '회계기록 매일 삭제' 지시
장부 결산 맡은 회계사도 경공모
드루킹 측근에게 500만원 받은
김경수 의원 前보좌관 곧 소환
[ 이현진 기자 ]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모씨 일당이 댓글 공감 수를 조작하는 매크로(반복 실행 자동화 프로그램)를 실행하기 위해 자체 서버까지 구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빠르게 댓글을 조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시험 삼아 매크로 프로그램만 써본 것”이라던 김씨의 진술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이 24일 느릅나무 출판사의 세무 업무를 담당한 회계법인과 세무서를 압수수색한 결과, 해당 회계법인의 느릅나무 담당 회계사가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버까지 구축해 댓글 조작
드루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김씨 일당이 매크로를 실행할 수 있는 서버를 자체적으로 구축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서버를 이용하면 저절로 해당 댓글의 ‘공감’ 클릭 수를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서버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김씨 측에서는 ‘킹크랩’이라는 암호로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서버의 기능이 기존 매크로 프로그램보다 더 효율적이고 우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손으로 할 작업을 자동으로 반복하는 알고리즘인 매크로가 아니라 서버에 허위 조작 신호를 보내 정상 신호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방식을 썼기 때문이다.
경찰은 서버를 구축한 시기와 조직 내 기술자 등 담당 인력, 실제 이 서버를 통해 네이버 쪽에 전달된 조작 신호가 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황은 김씨의 기존 진술과 배치된다. 당초 김씨는 지난 1월15일 경공모 회원이 단체 대화방에 올린 매크로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이틀 뒤인 17일 댓글 조작의 테스트 용도로 썼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버까지 두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린 것은 단순한 시험용이 아니다”며 “효율적인 댓글 조작을 위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들이 지난 1월17일 네이버 뉴스 댓글 여론 조작 범행에 해당 서버를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느릅나무·경공모·플로랄맘은 ‘한몸’
경찰은 이날 김씨가 운영한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의 세무 업무를 담당한 서울 강남의 한 회계법인과 파주세무서를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느릅나무를 담당한 회계사 역시 경공모 회원이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출판사 회계장부와 세무서 신고자료 등을 확보해 활동 자금 출처와 용처를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앞서 느릅나무에서 회계업무를 맡은 김모씨(필명 파로스)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루킹 지시로 2016년 7월부터 금전출납부와 일계표를 매일 엑셀파일로 작성해 회계법인에 보낸 뒤 파일은 즉시 삭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조사에 따르면 느릅나무와 경공모, 온라인쇼핑몰인 ‘플로랄맘’은 조직 구분없이 운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느릅나무에서 급여를 받으며 상근으로 일한 직원은 8명. 이들은 경공모 카페도 함께 운영했다. 느릅나무가 플로랄맘을 창구 삼아 비누 등을 팔았지만 수입이 적어 경공모 자금을 끌어다 썼다는 진술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경공모 강연 수입 등이 느릅나무 회계에 섞여 들어와 구분 없이 처리됐을 개연성이 크다”며 “느릅나무 회계자료를 분석하면 전체 자금 출처와 배후 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00만원 받은 전 보좌관 곧 소환
경찰은 드루킹 측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보좌관 한모씨도 조만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한 전 보좌관은 드루킹 측 직원인 김모씨(필명 성원)로부터 지난해 9월 500만원을 받은 뒤 김씨 구속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되돌려줬다. 한 전 보좌관은 김씨 측이 주일 대사와 오사카 총영사 등의 인사청탁을 할 때 창구 역할을 한 인물이다.
경찰은 정치권과 김씨 일당이 금전 관계로 긴밀히 얽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회계 담당인 파로스와 자금 전달책인 성원이 댓글 조작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할 방침이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성원이 500만원을 전자담배 포장지에 넣어 한 전 보좌관에게 전달했다는 경공모 회원 증언과 관련해 “당사자인 성원의 진술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또 “현재로서는 여러 차례 돈이 오갔을 가능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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