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화협정' 언급할 때 아니다

입력 2018-04-25 17:48   수정 2018-04-26 06:42

"북핵 동결이 최종 목표일 수 없어
최악 상황 대비해 동맹외교 강화
완전한 핵폐기 확답 받아내야"

김태우 < 前 통일연구원장 >



지금 국민은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27일 열리는 남북한 정상회담을 지켜보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이번 회담이 북핵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인가, 된다면 어떤 핵 해결로 갈 것인가, 향후 미·북 간 핵 대화가 결렬되면 어떻게 되는가 등일 것이다. 정부는 이제까지의 유화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회담 결렬과 긴장 복귀’ 가능성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평양발(發) 평화공세가 애초부터 또 한 번의 시간벌기용 이벤트로 기획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북한이 어떤 수준이든 비핵화 관련 ‘선물’을 준비하고 대화에 나선 것이라면 어떤 핵해결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 말해, 북한이 검토했을 법한 핵 해결의 종류는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의 중단(모라토리엄), 핵동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 등 세 가지다. 이 중 모라토리엄과 핵동결은 완전한 핵폐기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들이지만, 그것이 핵 대화의 최종 결과물일 수는 없다. ‘완전한 핵폐기’ 이외의 북핵 해결책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평양이 발표한 ‘핵실험, 미사일 발사 중단 및 핵실험장 폐쇄’는 핵동결을 위한 초입(初入) 조치다. 이는 일종의 모라토리엄(일시정지)으로 핵동결(nuclear freeze)과는 다른 개념이며, 북한은 계속해서 핵무기를 연구하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게다가 “핵병기화가 실현되고 핵무력이 완성됐으므로 더 이상 핵실험이 필요하지 않다”고 이유를 밝힌 것을 보면 이를 ‘핵유지 선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1998년에 실시한 각 5회, 6회의 핵실험만으로 지금까지 핵병기를 개발·운용 중이다. 모라토리엄은 핵해결을 위한 유의미한 출발일 수 있지만 한국이 원하는 최종 결과물일 수는 없다.

핵동결이란 사찰하에 모든 핵·미사일 증강과 연구, 관련 시설을 동결하기는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미사일은 인정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은 불식시킬 수 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의 타격력은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비대칭 위협’은 오히려 고착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한 정상회담 이후에도 정부는 미·북 대화가 완전한 핵폐기를 가져오도록 최대한의 동맹외교와 주변국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북한에는 완전한 비핵화만이 유일한 핵해결임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남북한 간 축제를 의식해 북한이 발표한 모라토리엄을 핵동결로 확대 해석하고 찬사를 보내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정부는 좋은 시나리오와 나쁜 시나리오를 두루 상정한 상태에서 핵폐기의 진정성이 증명되는 경우에 대비한 남북 관계 개선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하지만, 안보장치들을 앞질러 해체하거나 약화시키는 조짐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최악의 상태에 대비하지 못한다. 지금은 평화협정, 한·미 연합훈련 축소, 미 전략자산 전개 중단, 최전방 초소(GP) 철거 등을 언급해서는 안 되는 때다.

미국에 의한 ‘코리아 패싱’도 나쁜 시나리오 중의 하나다. 그 경우, 미국은 핵동결 수준에서 북한과 타협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도덕적 지도력을 중시해 희생적으로 세계 치안을 담당했던 미국의 과거 보수정부들과는 달리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치중하는 이기주의적 보수정부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한 간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논의 가능성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축복하겠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해도 정권 안정을 위해 긴장 조성을 필요로 하는 체제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동맹국의 대통령이 한반도의 운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평화협정에 대해 경솔한 발언을 하고 있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런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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