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세 "인체에 가까운 오가노이드 만들어 신약 전임상 효율화하겠다"

입력 2018-04-26 11:29  


신약 개발 성공은 '하늘의 별 따기'다. 개발 기간은 보통 10년 이상 걸리지만 성공률은 0.01%에 그친다. 2015년 7월 바이오 3D 프린팅 전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팡세'를 설립한 서울대 공학박사 출신 이성준 대표(사진)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포 실험이나 동물 실험 같은 전임상 시험의 신뢰도가 낮고 소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세포 실험은 세포 차원에서 신약이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는 단계다. 기존 실험은 배양접시에 담긴 세포에 약물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세포는 접시 표면에 2차원으로 배치된다. 즉 세포끼리 평면적으로 결합하기 때문에 3차원인 실제 세포 구조와 거리가 있어 약물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기 힘들다.

동물 실험은 인간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하기에 앞서 동물에게 약물을 주입해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단계다. 쥐, 돼지, 원숭이 등 포유류를 이용하지만 인간과 동물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실험 신뢰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두 실험에 걸리는 시간이 긴 것도 문제다. 세포 실험의 경우 수많은 배양접시에 일일이 세포를 배양하고 약물을 떨어뜨리는 수고도 감수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인간 세포로 3차원 유사 장기인 '오가노이드'를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가노이드로 전임상 시험을 하면 신뢰도를 높이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팡세는 임상 시험의 3차원 환경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생물학적으로 안전한 오가노이드를 개발 중이다. 여기 필요한 게 바이오 3D 프린터와 바이오 잉크다.

팡세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바이오 3D 프린터 '비타릭스(Vitarix)'는 두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출력물을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출력 헤드(바이오 잉크가 나오는 부분)를 관절 구조로 연결해 출력 헤드가 마찰 없이 이동하며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했다. 기존 제품은 출력 헤드가 이송봉을 좌우로 옮겨다니며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하고 불순물이 떨어져 출력물이 오염될 위험이 크다. 이 대표는 "관절 부분을 자석으로 제작해 사용 후 청소하기 쉽게 했다"고 덧붙였다.

팡세는 생체 친화적인 바이오 잉크도 개발했다. 바이오 잉크는 줄기세포, 하이드로젤, 성장인자(줄기세포가 어떤 장기로 분화할지 유도하는 생화학 물질)로 구성된다. 세포와 세포를 쌓아 미세 조직을 만들려면 접착제 역할을 하는 재료가 필요한데 그게 하이드로젤이다. 팡세는 물리적 경화성 물질을 하이드로젤로 사용한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쓰이는 알지네이트, 알긴산 같은 화학 경화성 물질이나 PEG-DA 같은 광 경화성 물질은 자체 독성이 있어 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 그는 "암세포를 이식한 오가노이드에 약물을 주입해 암세포가 사멸했다고 해서 그것이 재료의 독성 때문인지 약효 때문인지 확신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타릭스의 한 대당 가격은 약 1500만원이다. 바이오 잉크의 정식 출시는 미정이다. 15ml 용량의 잉크를 15만원 정도에 팔 계획이다.

2017년 기준 세포 실험 시장은 약 44조원, 동물 실험 시장은 약 10조원에 이른다. 팡세의 목표는 실제 장기와 미시적 수준까지 동일한 형태의 오가노이드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약사의 실험을 대행하는 서비스 센터를 세우는 것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가노이드 실험으로 세포 실험을 갈음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동물 실험은 대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오가노이드 실험이 전임상 시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인체에 가까운 오가노이드를 바이오 3D 프린터로 생산해 전임상 시험을 진행하면 임상 시험에 가까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동일한 조건의 실험을 반복할 수 있다"며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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