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으로 쏠리는 세계의 시선…남북 정상회담 의전의 모든 것

입력 2018-04-26 16:36   수정 2018-04-2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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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대한 의장대 사열…정상국가 지도자 인정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땐 어땠나
간소화됐지만 의전의 핵심은 마음




대망의 2018 남북한 정상회담이 하루 앞(27일)으로 다가온 가운데, 청와대가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우리 군 의장대가 사열한다고 밝혀 의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의전은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판문점이라는 공간적 특수성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판문점에서 열린다는 특징이 있다. 판문점에는 대규모 광장이 없기 때문에 의장대와 군악대, 기수단 등을 포함해 300여명이 참가하는 정식 의장대 사열은 불가능하다. 이같은 이유로 약식 의장대 사열이 이뤄질 예정인데 규모는 의장대와 군악대, 기수단 등을 포함해 약 15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장소가 마땅치 않아 예포 발사는 생략되며 대신 군악대 연주와 함께 육·해·공군 의장대가 '받들어 총' 경례를 해 국가원수로서 김정은 위원장을 맞이한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5일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남북 정상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의미로 3군(육·해·공군) 의장행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가와 국기는 어떻게 되나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김정은에 대한 의장대 사열에서는 국가연주나 국기게양과 같은 의전 역시 생략된다. 지난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 때 북측의 의장대 사열에서도 국가연주나 국가게양, 예포 발사와 같은 의전은 생략됐다.


▲의전의 시작,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후 해외 정상들을 맞이할 때마다 늘 먼저 기다리고 준비하는 정성을 보였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번에도 미리 나가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여기에 김정은이 도보로 내려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판문각과 자유의집 사이 콘크리트판으로 만들어진 군사분계선에서 두 정상이 악수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회담 이후에는 우리 정부 주최의 환영만찬이 진행된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주최한 환영만찬에 김정은은 물론 이설주가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환영만찬은 우리 정부가 최선을 다한 예우를 언급한 만큼 국빈에 따른 수준이 될 것이라는 후문. 이후 환영 만찬이 끝나면 김정은은 정상회담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간다.

▲과거에는 어땠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 13일 비행기를 이용해 북한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당시 순안공항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김 전 대통령 영접을 나와 최고의 예우를 선사했고 의장대 사열까지 함께 했다. 2007년 10월 2일 최초로 육로를 통해 방북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평양 4·25 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김정일을 만나 나란히 북한 육·해·공 의장대를 사열하고 연단에서 의장대 분열을 지켜봤다.


▲공식의전은 아니지만 이른바 '심리적 의전'

의전이라는 것은 상대국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성격이 짙다. 공식적인 의전 외에도 정상 간의 대화나 국민들의 환영방식을 통한 이른바 '심리적 의전'은 공식적인 의전보다 효과가 크다.

일례로 지난 2007년 남북 두 정상은 이튿날 정상회담에 앞서 사진촬영을 할 때 서로 가운데에 서기를 양보했다.

결국 한 번은 노 전 대통령이, 또 한 번은 김정일이 중앙에 위치하기로 하고 권양숙 여사를 비롯해 양측 배석자들과 함께 두 차례 사진을 찍었다. 이같은 해프닝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을까. TV화면을 통해 공개된 회담 초기 장면을 보면 김정일은 노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첫날과는 달리 줄곧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수시로 고개를 끄덕이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을 알 수 있다.

평양 시민들이 보여준 환영 역시 또 하나의 심리적 의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영접을 받으며 오픈카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펼친 바 있다. 이때 평양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북측 관계자는 "평양시내에서 남북이 카퍼레이드를 벌인 건 '역사적 사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의전의 핵심은 마음

제대로 된 의전은 상대국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존중에서 비롯된다. 반세기동안 대치하며 서로를 적대했던 남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이같은 역사적인 순간에 의전은 회담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하다.

이때문에 이번 김정은에 대한 의장대사열은 그 의미가 크다. 의장대사열은 중세 시대에 통치자가 방문자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행사에서 유래했지만 오늘날에는 국가행사 시 방문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식으로 행해진다. 이는 다르게 이야기하면 김정은을 정상 국가의 최고지도자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장소와 시간의 제약상 의전의 절차는 많이 간소화됐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다. 어쩌면 이런 기회는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한 이번 의전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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