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서울을 파리·빈 같은 명품도시로 바꿀 것… 10년은 긴 시간 아니다"

입력 2018-04-26 18:05   수정 2018-04-27 05:19

6·13 지방선거 - 광역단체장 후보에게 듣는다

지난 6년간 '토건' 아닌 '시민의 삶'에 투자했다
서울, 층고와 전쟁…민원 다 수용땐 황당한 도시 될 것
내가 강남시장?…그러면 강남서 몰표 나오겠네요
대선출마 질문 100번쯤 받았는데…하늘만 아는 일



[ 김우섭/배정철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26일 “지난 6년간 토목과 건축이 아니라 서울 시민의 삶에 투자했다. 서울을 오스트리아의 빈, 미국의 뉴욕 맨해튼에 버금가는 도시로 바꾸는 데 10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며 3선 도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또렷이 기억에 남는 사업이 없다’는 질문에 “커다란 개발 구호보다는 ‘걷고 싶은 파리’ ‘삶의 질이 가장 높은 빈’처럼 품격 있는 서울을 만들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66.2%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박영선·우상호 의원을 물리치고 후보로 확정됐다. 박 시장 측도 예상보다 높은 지지에 놀랐다고 한다.

박 시장은 인터뷰 내내 ‘박원순의 서울 10년’ 청사진을 쏟아냈다. 한강변 층고 제한 등의 재건축 규제에 대해선 “서울의 부동산 정책은 층고, 용적률과의 전쟁”이라며 “저층과 고층의 조화를 이루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자 “백 번쯤 받은 질문인데, 시장 출마자에게 ‘언제 그만두냐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차기 대선에 누가 나올지는 하늘만이 안다”며 여지를 남겼다.

◆“3선 피로? 시민들은 안 느껴”

박 시장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3선 피로감’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는 “피로를 느끼는 시민들이 그처럼 압도적으로 지지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시장은 “루돌프 줄리아니 전 미국 뉴욕시장, 켄 리빙스턴 전 런던시장도 10년간 시정을 맡아 도시를 완전히 바꿨다”고 강변했다. 박 시장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 수도권 최초의 3선 광역단체장이 된다.

박 시장은 지난 6년은 전임 시장들의 꼬인 실타래를 푸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취임 후 ‘토건’ 중심의 도시 발전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왔다”며 “대신 4조원대 연간 복지 예산을 10조원 이상으로 늘려 예산을 시민에게 돌려줬다”고 말했다. 박 시장 재임 기간 서울시 부채는 8조3000억원 줄었다.

박 시장은 상대 후보인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김 후보와는 32년 전 변호인과 피고인으로 만났고, 안 위원장으로부터는 2011년 10월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받았다. 두 후보에 대한 평가를 묻자 “각자 인생을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두 후보의 서울 시정 비판에는 “서울시장 후보라면 남에 대한 얘기보단 자신의 비전과 미래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 시장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직후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경수 의원에게 ‘김경수 힘내라’는 격려의 글을 남겨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도 가고 국정조사도 해야겠지만 수사 중인 마당에 온갖 정치적 공세를 취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특히 남북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런 식의 정쟁은 삼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강변 재건축 층고제한 변경 없다”

서울시에 쏟아지는 재건축 민원에 대한 고충도 토로했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2030 서울플랜’을 통해 한강변 아파트의 최대 층고를 35층으로 제한했다. 그는 “빗발치는 용적률 민원을 다 받아들이면 프랑스 사회학자 발레리 줄레조라의 지적처럼 서울은 황당한 ‘아파트 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뉴욕 맨해튼 배터리파크의 예를 들었다. 박 시장은 “주거단지와 공원이 어우러져 미관을 바꾸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사례가 많다”며 “한강변 35층 층고 제한은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만든 것”이라고 고수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21만 가구인 임대주택을 임기 중 45만 가구까지 늘리겠다는 주거복지 정책을 내놨다. 그는 “1년에 서울에서 5만 쌍이 결혼하는데 임대주택이 필요한 부부는 약 1만7000쌍”이라며 “이들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합계출산율 전국 꼴찌 수준인 서울의 보육 대책으론 “5년간 보육도우미 1만 명을 뽑아서 아침 일찍 출근, 야근, 주말 근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육아·보육 틈새를 메우겠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 대비 서울역 사업 확대

재임 기간 중 강남 지역 집값만 올랐다는 지적엔 “‘그럼 강남에서 몰표가 나오겠네요”라며 웃으면서도 잘못된 진단이라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집값은 대부분 중앙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재건축 연한 완화와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하면서 비정상적으로 주택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강북의 균형발전 예산을 늘려갈 계획도 밝혔다. 가능한 한 도로와 철도는 지하화해 ‘걷고 싶은 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시장은 “동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하고 중랑천을 수변공원(중랑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바꾸는 사업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또 “남북관계 개선으로 시베리아와 이어지는 대륙철도 시대에 대비한 중앙역 확보 차원에서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우섭/배정철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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