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1% 성장에도 올 3% 달성 낙관 못해

입력 2018-04-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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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내수 부진에 美 금리 '복병'

남북관계 '봄바람' 불지만 소비 부진 등 곳곳 불안요소

1분기 성장률 선방했지만 수출·설비투자에만 의존
건설투자 둔화 전망에 美금리·무역분쟁도 부담



[ 김은정 기자 ]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1.1%(전 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 악재 속에서도 예상을 웃돈 성과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워낙 안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 측면이 크다. 민간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고 무역전쟁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3% 성장률 달성이 만만치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은 395조9328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1%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2.8% 증가했다.

1분기 성장은 수출과 설비투자가 이끌었다. 수출은 기계장비와 화학제품 수출 호조에 힘입어 4.4% 늘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경기 호황 덕분에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져 5.2% 증가했다. 2016년 4분기(6.5%) 후 최고치다.

제조업 성장률은 1.9%였고, 건설업은 3.3%로 작년 1분기(4.8%) 후 최고를 기록했다. 서비스업도 0.9%로 소폭 개선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도소매·음식숙박업은 0.9%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1.3%) 후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민간소비는 여전히 부진했다. 0.6% 성장하는 데 그쳐 1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반면 정부 소비는 2.5% 뛰면서 2012년 1분기(2.8%) 후 24분기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남북한 화해 국면 등 긍정적인 변수에도 올해 3%대 성장률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많다. 1분기 한국 경제가 일단 순항했지만 고용과 내수가 아직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금리 인상 가속화 등 대외 변수 역시 만만치 않아서다.

1분기 성장률 1.1%(전기 대비)는 시장 예상치(1.0%)를 웃돈 성적이다. 1분기만 놓고 보면 2010년(2.2%) 후 8년 만의 최고치다. 1분기 성장률 반등은 어느 정도 예고됐다. 지난해 4분기가 마이너스 성장(-0.2%)으로 워낙 안 좋았던 만큼 기저효과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기저효과를 빼더라도 지표는 양호했다. 지난해 4분기 5.3% 감소한 수출은 올 1분기 4.4% 증가해 플러스로 돌아섰다. 설비투자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기계류와 운송장비 위주로 5.2% 증가했다. 2016년 4분기(6.5%) 후 5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글로벌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관련 기업들이 설비를 증설한 영향이다. 건설투자도 2.8% 성장하며 증가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남은 세 분기에 평균 0.77~0.82%의 성장률을 기록하면 연간 3% 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등에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면 그간 경제를 짓눌러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남북 경제협력이 강화되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기 때문에 소비자심리가 개선되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면 개성공단에 들어갔던 경공업 중심으로 생산이 늘어나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불안 요인들은 여전하다. 올 하반기 건설투자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1분기 건설투자가 늘어난 데는 일시적인 요인이 컸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따라 선수촌과 기반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건설투자가 늘었다. 한은도 건설투자가 기조적으로 둔화되는 추세로 파악하고 있다. 주거용 건물은 2016년 이후 착공면적이 감소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 증가로 건물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마저도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지난해보다 14.2% 줄였다.

민간소비도 지지부진하다. 1분기 민간소비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0.5%) 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올 들어 취업자 증가폭은 2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그치고 2000년 이후 3월 기준으로 실업자 수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 상황도 최악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여건 악화,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전망 등 부정적인 대외 변수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2년 연속 3%대 성장률을 달성하기까지는 가시밭길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2.8%) LG경제연구원(2.8%) 등 주요 민간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KDI·2.9%)을 비롯한 국책연구기관은 정부와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3.0%)보다 낮은 2%대 후반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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