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기자의 컬처 insight] TV의 위기? 콘텐츠는 점점 더 '최적화' 된다

입력 2018-04-27 17:23  

드라마 늘면서 1%대 시청률 속출
넷플릭스는 예능 등 TV영역 공략
'이만하면 볼만한' 프로그램 대신
정밀한 타깃형 콘텐츠 확대될 것



[ 김희경 기자 ] “드라마 호황기가 펼쳐질 것이다.”

지난해 말 국내 드라마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왔던 얘기다. 채널이 많아지면서 전년 대비 20편 넘게 늘어난, 총 130여 편에 달하는 드라마가 올해 제작되기 때문이다. 경쟁은 치열해져도 대중의 전반적인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일부 작품을 제외한 드라마들이 한 자릿수 시청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1%대라는 충격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도 속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고 해도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동시간대 1위 미니시리즈조차 시청률이 10% 정도에 불과하다.

충격적인 소식이 또 들려왔다. 아직 먼 얘기인 줄 알았던 ‘코드 커팅(cord cutting)’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드 커팅은 케이블TV, 인터넷TV(IPTV)와 같은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것을 뜻한다. 코드 커팅이 가속화되는 시점은 다른 나라들처럼 넷플릭스 진출 후 3년 정도 경과한 때로 예상됐다. 넷플릭스를 통해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를 대중이 정확히 인지하고, 본격적으로 OTT산업이 확대되는 시점이다. 국내에선 이보다 앞서 코드 커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 시기는 2016년 1월. 하지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에 가입했다 해지한 가구 비율은 2015년 3.13%에서 2016년 6.54%, 지난해 6.86%로 크게 뛰었다.

TV의 위기가 최근 국내에서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아직은 유효한 줄 알았던 TV의 성공 방송은 이제 잘 통하지 않는다. 이미 10~20대는 TV를 켜지 않기 시작했다. 온라인, 모바일로 동영상을 보는 일은 외출할 때 정도일 줄 알았지만 집 안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이 같은 TV의 위기가 콘텐츠의 위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의외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TV의 위기와 별개로 콘텐츠는 그동안의 성공 방식에 하나하나 균열을 내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고 있다.

대중의 TV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다음달 4일 개그맨 유재석 등을 내세워 국내 첫 예능 ‘범인은 바로 너!’를 선보인다. 드라마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 등도 올해 공개한다. 지난해 6월 영화 ‘옥자’를 선보이며 국내 스크린 시장을 공략한 데 이어 이젠 본격적으로 TV의 영역에 들어선 것이다. 이런 넷플릭스를 보며 주요 콘텐츠 업체들과 통신사들도 OTT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짧지만 강렬한 웹예능과 웹드라마도 TV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TV의 위기 원인은 단순히 온라인, 모바일의 발전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존 콘텐츠 성공 방식을 안일하게 답습해온 영향도 크다. 그동안 TV에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만하면 볼 만하다’ 식의 프로그램이 방영돼 왔다. 시청자들이 꼭 보고 싶어서 찾아보도록 유도하는 정밀한 타기팅과 촘촘한 구성의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려는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콘텐츠업계에선 경각심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가 원하는 대로 즐기게 하는 ‘온디맨드(on-demand)’ 방식에 잇따라 눈을 돌리고 있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추천해 주는 큐레이션 콘텐츠가 최근 확산된 것도 이런 영향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콘텐츠는 어떤 모습일까. 넷플릭스가 지난해 6월 선보인 키즈 콘텐츠 ‘장화신은 고양이’에서 이를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에서 시청자는 각자 원하는 대로 총 13번의 선택을 한다. 이 선택들이 모여 엔딩 자체도 달라진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보지만 각자 다른 엔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긴밀한 상호작용으로 수요자가 곧 공급자가 되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 콘텐츠다.

이제 이런 세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나만의 고민과 생각이 즉각적으로 콘텐츠에 반영되는 세상, 한 작품을 반복해 보며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해서 또 다른 내용의 콘텐츠를 파생시킬 수 있는 세상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런 시도가 다시 TV로 흘러들어가, 콘텐츠의 기회가 곧 TV의 기회가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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