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과 함께하는 건강백세] 가족 중 대장암 있다면 20대부터 검진해야… 내시경 통해 선종 제거하면 발병률 낮아져

입력 2018-04-27 17:48   수정 2018-04-28 10:02

박지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 이지현 기자 ] “국내 대장암의 5% 정도는 유전성 요인 때문에 생깁니다.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장에 용종이 100개 넘게 발견되는 가족성 용종, 특정한 유전자 돌연변이 이상으로 암이 생기는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 등입니다. 직계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는 사람은 20~30대부터 내시경 검사를 해 암을 예방해야 합니다.”

박지원 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사진)는 “대장 내시경을 통해 암이 되기 전 선종을 제거하는 사람이 늘면서 대장암 발생이 점차 줄고 있다”며 “암 예방을 위해 내시경 검사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장 항문 부위에 생긴 암을 수술로 치료하는 외과의사다.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로 환자 불편을 줄이는 수술을 많이 한다. 진료 철학이 “환자 마음까지 잘 이해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그만큼 환자와의 소통에 공을 들인다.

대장암은 한국인이 세 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이다. 복강경 수술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체 대장암 환자의 64.7%(2013년 기준)가 복강경으로 수술받는다. 대장암을 복강경으로 수술하면 배를 열고 하는 개복수술보다 장기를 잘 볼 수 있다. 다만 암이 생긴 위치, 암이 번진 정도 등에 따라 개복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도 있다.

한국 의료진의 복강경 수술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박 교수는 “복강경으로만 수술을 끝내지 못하는 환자는 중간에 개복수술로 전환하는데 이 같은 전환율은 1.2%”라며 “영국은 34%라는 연구 결과 등을 고려하면 한국 의료진의 수술 성적이 상당히 좋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전에는 직장암 수술을 할 때 배에 구멍을 뚫고 접근했지만 최근에는 항문으로 직장에 접근해 수술 부위를 최소화한다. 암이 항문에 가까이 있거나 아래쪽에 있으면 수술하지 않고 방사선 치료로 암을 줄인 뒤 지켜보기도 한다. 박 교수는 “나중에 암이 재발할 때를 대비해 장기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의 수술도 많이 한다”고 했다.

재발률을 낮추는 수술법에 대한 고민도 늘고 있다. 위암 수술은 주변 림프샘을 넓게 절제하는 수술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 대장암은 그렇지 않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림프샘 절제 수술을 하지 않고 방사선으로 남은 암세포를 죽인다. 일본은 방사선 치료 대신 림프샘을 절제한다. 박 교수는 “왼쪽 대장암 근처 혈관은 소장에 혈액을 공급하기 때문에 잘못 건드리면 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며 “수술법을 표준화하는 것이 학계에서 중요한 이슈”라고 했다.

적색육과 가공육을 많이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복부 비만, 음주, 큰 키 등도 대장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운동, 식이섬유 섭취 등은 대장암 위험을 떨어뜨린다. 한때 대장암 위험을 낮추기 위해 소시지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박 교수는 “대장암에 걸린다고 부대찌개까지 먹지 말자는 경고도 나왔다. 위험도로 보면 가공육을 먹어 생기는 대장암보다 술을 마셔 생기는 대장암이 더 많다”며 “균형 잡힌 식습관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장암 검진도 중요하다. 결장 등 오른쪽 대장에 암이 생기면 출혈이 많아 빈혈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 직장 등 왼쪽 대장암은 변비 같은 증상을 보인다. 대다수는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한다. 일찍 암을 발견하려면 45세 이상 성인은 1~2년에 한 번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유전성 대장암 환자는 이보다 이른 나이에 내시경 검사를 시작해 더 자주 받아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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