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관 할 일은 기업활동 돕는것
문턱 낮추고 규정 표준화하겠다"
[ 정인설 기자 ] “저를 세금 내고 쓰는 기업 주재원으로 생각해주세요.”
외교부가 28명의 해외 공관장 인사를 발표한 29일, 김도현 신임 주베트남 대사(52·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사나 대사관 직원 하면 다들 어렵게 생각하는데 기업들이 (저를) 편하게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사는 “기업들이 원하는 게 있으면 바로 전화할 수 있도록 대사관 문턱을 낮추겠다”며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기업이나 이미 가 있는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제도적 인프라를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에서 기업 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제도와 규정을 마련하는 게 베트남 대사관의 최우선 업무라는 설명이다.
김 대사가 취임 일성으로 ‘친기업 행보’를 내세운 건 정부와 민간 영역에서 모두 일한 그의 이력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외무고시 합격 후 1993년부터 외교부에서 일하다 2013년 9월 삼성전자로 옮겼다. 삼성전자의 전 세계 대관 및 사회공헌활동 업무를 총괄하는 글로벌협력그룹장(상무)으로 일하다 작년 11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로 옮긴 뒤 지난 27일 퇴직했다.
김 대사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개별 업무를 모두 하는데 앞으로 대사관과 정부 차원에서 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우선 한국과 베트남 양국 비자 문제를 간소화하고 인적 교류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베트남이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아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측면이 많다”며 “우리 정부 부처별로 의견이 다르긴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서 좀 더 쉽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공관에서 할 수 있는 국익외교의 본질은 기업을 위하는 일”이라며 “그동안 공무원들이 그런 개념이 없었는데 기업에서 일한 저를 베트남 대사에 임명한 건 그런 메시지를 주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사는 남북관계 개선에도 베트남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베트남을 개혁개방 모델 국가 중 하나로 삼고 있다고 들었다”며 “1985년 개혁개방 이후 고속 성장한 베트남을 많이 연구하면 대북관계에도 여러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은 나라 규모가 커서 외국 자본을 규제했지만 베트남은 국토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아 해외 자본 규제를 거의 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개방에 성공하려면 베트남 모델을 제대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사는 자신의 러시아 업무 경험이 베트남 대사 직무 수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베트남 고위 간부들은 대부분 러시아 유학파”라며 “러시아어를 하고 러시아 문화를 잘 알아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외교부에 있을 때 이라크, 러시아, 우크라이나, 크로아티아 대사관 등에서 근무해 러시아어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사는 다음달 6일 베트남 대사로 공식 부임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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