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큰 場 선 해외 인프라 시장, 공기업이 나서야

입력 2018-04-29 18:02  

연 3500조 규모 세계 SOC 시장
노하우 갖춘 공기업 해외진출 위해
타당성심사 등 장애요인 없애야

정홍식 <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전 세계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수요가 폭증하면서 큰 장이 서고 있다. 2030년까지 연 3조3000억달러(약 3500조원), 총 49조달러에 이르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투자가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은 교통(도로·철도·항만·공항), 전력, 상하수도 등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SOC의 신설·개량·증설에 세금을 투입하는 정부재정사업 방식이 아니라 국내외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민관협력(PPP)’ 방식 비중을 높이고 있다. 민간 부문이 투자 유치국 정부로부터 시설을 건설한 후 20~30년 동안의 시설운영권을 부여받고, 필요한 사업비의 70~80%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조달하는 방식이다. 민간 부문은 시설 운영에서 나오는 매출에서 차입금을 상환하고 장기간의 투자 수익을 거둔다.

한국은 SOC 운영을 모두 관련 공기업이 담당해왔고, 세계적 수준의 운영 실적과 노하우를 쌓았다. 그런데 국내에는 신규 시설 수요가 많지 않다. 따라서 공기업들은 해외 시장에 민간 기업들과 동반 진출해 후방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동반 진출할 수 있는 민간 기업들은 건설사와 종합상사 및 금융권 등이다.

건설사는 기존 도급 위주의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개발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자 하나, 국내 시설의 운영 실적이 부족하기에 단독 사업권 수주에는 어려움이 많다. 건설사들은 자기자본 투자뿐 아니라 시설을 건설함으로써 협력 업체와의 동반 진출 및 고용 창출 등의 후방효과를 높일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유동성이 풍부하고 저금리 기조로 인해 수익성이 높은 해외 인프라 시설의 투자 의지가 높다. 또 공기업들은 SOC의 장기간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런데 공기업이 해외 민관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장애 요인이 많다. 우선 공기업이 해외 출자하는 경우 주무기관의 장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사전 서면 협의를 하도록 돼 있다. 공기업이 500억원 이상 투자하는 경우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심사를 거쳐야 하는 것도 장애로 지목된다. SOC 사업 규모를 감안해 훨씬 높은 금액의 투자에 대해서도 공기업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주고, 협의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 또 공기업의 잦은 순환보직 체계는 장기간의 해외 사업 추진 및 전문인력 배출도 어렵게 한다. 그리고 해외 사업을 추진하는 직원에게는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용이 보장된 공기업 직원들이 어렵고 힘든 해외 사업에 투신할 이유가 없다.

우수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은 국내의 안정적인 사업에 안주하지 말고 큰 장이 서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정부는 그런 여건이 되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해외 민관협력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다행히 전력 부문은 활발하게 해외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제는 기존 해외 자원개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해외 민관협력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해외 자원개발에 비해 높은 편이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국내에서 찾기는 무척 어렵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해외에 큰 장이 서고 있는데 중국이나 일본 기업들이 이를 싹쓸이하고 있다. 더 이상 뒷짐만 지고 방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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