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가동은 제조업 부활의 밑거름 될 것"

입력 2018-04-29 19:24   수정 2018-04-30 07:59

남북정상회담을 지켜 본 개성공단 기업인들

"기대 이상의 남북합의
경협도 탄력 받을 듯"

"추석 때 공장 다시 가동돼
北근로자와 명절 보냈으면"



[ 김진수 기자 ]
지난 27일 남북한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지켜본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한다. 개성공단 폐쇄 뒤 막막했던 느낌, 이후 2년여간 회사를 운영하며 힘들어했던 순간들, 민감한 남북관계 탓에 개성공단 입주기업이라는 꼬리표 자체가 부담된 적도 있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영이너품 이종덕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에 앞선 환담 자리에서 전 세계에 ‘선물’을 주겠다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좋은 소식을 기대했고 기대 이상의 선언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어 “2년 전 설 연휴 마지막 날 개성공단 폐쇄가 발표됐는데 올해는 추석 때 개성공단이 가동되고 명절을 북측 근로자와 함께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녀 속옷 브랜드 ‘소프리’를 생산하는 영이너품은 2015년 처음 매출 100억원을 넘겼지만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63억원, 지난해 45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뒤 경기 고양시와 베트남에 봉제공장을 설립했지만 생산 공백을 메울 수 없었다.

이 대표는 “내수는 거의 포기하고 수출도 반 토막이 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시설점검도 이른 시일 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남북 정상이 심은 식수(소나무)가 1953년생이라고 하는데 휴전협정일(7월27일) 전후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사전 점검 등 다양한 물밑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신발업체인 삼덕통상 문창섭 회장(개성공단기업협의회 2대 회장)은 지난 2년간 개성공단을 다시 열기 위해 뛰어다녔다. 문 회장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본 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됐다”며 “생각의 차이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시작점에 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2년 전 개성공단 폐쇄 후 베트남에 공장을 차렸지만 소통 문제와 바이어 이탈 등으로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창사 후 첫 적자도 냈다. 바이어가 떠나고 일감이 줄고 납기도 제대로 못 맞춰 지체보상금을 줘야 하는 상황에 몰리다 보니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개성공단에 대한 기대는 크다고 했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베트남이나 미얀마보다 인건비와 물류 경쟁력이 더 좋은 개성공단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개성공단은 단순한 남북 경협의 차원을 넘어 한국 제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말용 고무줄 등을 생산하는 협진카바링은 개성공단 124개사 중 마지막인 2014년 3월 입주한 기업이다. 이상협 사장은 2008년 개성공단 1단계 2차 기업을 모집할 때 필리핀 등 해외 진출을 고민했으나 언어가 통하는 개성공단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공장 공사가 지지부진해 6년 뒤에나 입주할 수 있었다. 공단 폐쇄로 2015년 30억원이었던 매출이 2016년 23억원으로 줄어들었고 거래처도 40% 가까이 사라지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이 사장은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 개성공단이 문을 열지 않으면 해외로 나가야 할 판”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협이 활성화되고 그 첨병인 개성공단이 조기에 재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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