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운용사 ’거액‘ 내야만 귀빈 대접... 공동투자·인수금융·M&A 자문 등 IB거래 기회 노려
농협중앙회 및 금융지주 계열사 총 자산 800조원 육박, 국민연금 넘어서
美·홍콩서 ‘한국의 크레디아그리콜’로 소개... 존재감 과시
≪이 기사는 04월30일(14:5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NH농협금융지주가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MBK파트너스 등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각 계열사들이 제각각 다른 PEF에 소액을 흩뿌리던 관례를 바꿔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등 전 계열사가 한데 뭉쳐 거액을 개별 운용사에 집중적으로 출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범 농협 계열사들은 TPG가 45억달러(약 4조8000억원) 규모로 조성하는 아시아7호펀드에 1억달러, MBK가 10억달러 규모로 만드는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에 5000만달러를 출자할 계획이다.
내로라하는 PEF 운용사들에 거액을 출자할 수 있는 것은 ‘십시일반’ 전략 덕분이다. TPG 펀드에는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계열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NH농협캐피탈, NH농협손해보험이 투자하기로 했다. MBK SSF에는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NH농협캐피탈 등이 참여한다. NH농협 관계자는 “해당 PEF에 얼마를 출자할 지 정하면 각사가 희망출자금액을 제시해 목표액을 맞추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전략은 거금을 출자할 수록 VIP 출자자(LP)로 대접받는 PEF 업계의 속성을 겨냥한 것이다. 각개전투식으로 소액을 투자하면 거액을 출자한 ‘귀빈 LP’들에 밀려 뒷전 취급을 받기 일쑤. TPG와 MBK 같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형 PEF 운용사들이 새 펀드를 조성하면 수억달러씩 출자하겠다는 글로벌 연기금들이 줄을 선다. 이 때문에 유명 PEF들은 출자받을 연기금을 가려뽑기까지 한다. 갑(甲)과 을(乙)이 뒤바뀌는 양상마저 나타나면서 소액을 출자하는 연기금과 금융사들은 거절을 당하기도 한다.
세계 4대 PEF 운용사 가운데 하나인 TPG는 2016년 후반 이상훈 대표를 영입한 후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30% 투자와 바닥재 기업 녹수 인수 등으로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인 MBK는 ‘국내 M&A 시장의 영원한 우승후보’로 불린다.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최대 렌털회사인 코웨이,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ING생명 등 조단위 거래에 일단 뛰어들기만 하면 반드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따내는 운용사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부재훈 MBK 대표를 내세워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대신 부동산 및 소수 지분 투자, 부실자산(NPL) 인수 등을 담당하는 SSF를 만들고 있다.
출자한 PEF가 M&A에 나설때 인수자금을 빌려주고, 투자기업을 되팔거나 리파이낸싱(자본재조정)할 때 자문사를 맡는 등 IB 거래기회를 확대보할 수 있다는 점도 이같은 전략을 채택한 이유다. 같은 이유로 일본계 IB인 다이와증권은 보고펀드 시절부터 VIG파트너스에, 삼성증권도 국내 증권사로는 유일하게 MBK에 출자하고 있다.
NH계열사들은 지난해 11월에는 브룩필드의 인프라 펀드에 1억달러를 출자했고, 브룩필드가 투자한 미국 코퍼스크리스티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에 공동투자로 기회를 얻기도 했다.
대형 PEF 대표는 “인기있는 운용사들은 최소 1억달러 이상은 출자해야 제대로 LP 대접을 한다”며 “운용사 입장에서도 여러 계열사를 따로 상대하는 것보다 NH금융지주 한곳을 집중할 수 있어 더 나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단출자 전략은 올해 취임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김광수 신임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금융위원회와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를 거친 금융통이어서 이같은 전략이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계열회사들의 운용자산(AUM)을 모두 합치면 800조원에 육박해 600조원대의 국민연금을 넘어선다“며 ”미국 뉴욕과 홍콩 금융시장에선 NH는 ’한국의 크레디아그리콜(프랑스 농민은행)로서 대접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김대훈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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