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 때 논란된 ISD, 7년 만에 한국기업 공격 무기로

입력 2018-05-01 06:00  

ISD 소송 카드 꺼내든 엘리엇

한·미 FTA 후 첫 소송



[ 고윤상 기자 ]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을 놓고 제기하려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한 사실상의 첫 소송 움직임이다. 2011년 한·미 FTA 협상 당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ISD 조항이 7년 만에 엘리엇에 의해 한국 기업들을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ISD는 투자자가 투자한 국가에서 부당한 대우나 급격한 정책 변경 등으로 손해를 봤을 때 해당국에 제기하는 소송이다. ISD는 국가 간 체결하는 투자협정(FTA 포함)에 따라 내용이 결정된다. 대부분은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국제법을 기준으로 다룬다.

분쟁이 발생하면 해당 문제가 ISD의 제소 대상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자본의 국적이 소송 제기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해당 분쟁이 FTA에서 규정한 ‘소 제기 기간’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ISD 제소가 가능한 사안으로 판단되면 해당국에 중재의향서를 보낸다. 이후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식 소송을 제기한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국제 중재 변호사들이 중재 재판부를 맡는다. 양측은 합의를 통해 중재인을 선정한다. 중재 재판부가 공판 절차와 서면 진술·구두진술을 거쳐 최종 판정을 한다. 소송은 단심제로 판결에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한 번복되지 않는다. 소송 절차는 평균 3년 이상 걸린다.

한국 정부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투자회사(IPIC)의 네덜란드 자회사인 하노칼, 이란계 업체 엔텍합그룹의 대주주인 다야니로부터 총 3건의 ISD를 제기당했다.

엘리엇이 본격 소송에 들어가면 네 번째 사례가 된다. 한·미 FTA에 근거한 ISD 움직임은 지난해 7월 처음 제기됐지만 미국 시민권자인 동포가 제기한 중재여서 지금은 유야무야된 상태다.

한국 정부는 ISD의 잠재적 위협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왔다. 다른 분쟁해결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ISD를 못하게 하거나(한·이란, 한·베트남 BIT 등), ISD 제소를 하기 전 일정 기간 국내 소송을 거치도록 규정(한·터키, 한·네덜란드 BIT 등)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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