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 첫 달 흥행에 성공한 반면 실제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 수준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코스닥 벤처펀드 초기 투자금이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투자와 프리IPO, 채권 등에 쏠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된 지난달 5일부터 같은달 30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기관은 145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투신권은 108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코스닥 벤처펀드 중 주요 자금 유입처인 사모펀드의 경우 476억원 매도 우위로 집계됐다.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이후 코스닥지수의 수익률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해당 기간 코스닥지수는 1.55%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45%)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이후 단기간에 자금이 몰렸지만, 그에 따른 효과가 시장에 바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5일 이후 개인이 코스닥 시장에서 '사자'에 나선 반면 기관이 '팔자'를 기록했고,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이후 각광 받고 있는 사모펀드는 역시 순매도를 기록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상표 키움증권 연구원도 "아직까지 뚜렷한 코스닥벤처펀드의 구주 매입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공모주 우선배정과 세제 혜택이 부각되며 출시 이후 시중 자금을 빠르게 흡수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펀드가 첫 출시된 지난 5일부터 25일까지 관련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총 1조909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62곳 운용사의 사모펀드 140개를 통해 유입된 자금은 1조3971억원으로 전체의 73%였다. 같은 기간 7개 공모펀드를 통한 유입자금(5119억원)의 3배 수준이다.
이는 코스닥 벤처펀드가 벤처기업들의 상장주식보다 CB 및 BW 발행시장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특히 자금 유입 비중이 높은 사모펀드의 경우 전체 자산의 50%를 CB 등 메자닌에 투자하는 펀드가 많아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자산의 15%를 벤처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사채(CB)를 포함한 신주에 투자하고, 자산의 35%는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인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해당조건에 부합하면 펀드는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또한 펀드 가입자는 3년 이상 투자 시 모든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해 최대 300만원 한도로 10%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지훈 연구원은 "펀드 신설 후 1년 간은 구주·신주 구분 없이 벤처기업 주식 투자 비중 35%만 맞추면 되는 유예기간이 적용된다"며 "코스닥 벤처기업 주식 매수에 성급하게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벤처펀드의 자금 유입 규모가 커지면서, 자산의 50% 정도를 코스닥시장에 투자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있다"면서 "상당수 펀드가 주식 투자와 선물 등을 활용한 헤지전략을 병행해 변동성을 줄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만큼 코스닥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코스닥 벤처펀드 전체 규모에 비해서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코스닥 벤처펀드로 꾸준히 자금이 추가 유입될 전망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득공제 혜택과 함께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공모주 물량을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코스닥 벤처펀드가 매력적인 상품으로 부각될 것이란 관측이다.
김상표 연구원은 "초기 메자닌 투자가 일단락되고, 공모펀드 판매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인 5월부터는 코스닥 벤처펀드가 본격적인 중소형주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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