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신설 비용 부담"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건설사업의 흥덕역(경기 용인시) 설치 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마지막 관문이던 용인시 의회 문턱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지하철역이 없었던 흥덕지구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발표한 지 15년…우여곡절 겪은 사업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은 경기 안양시 인덕원에서 화성시 동탄2신도시를 잇는 39.4km 길이 철도다. 2003년 10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서남부 광역교통대책에 포함했다. 당시 원안은 인덕원~병점 구간이었으나 2007년 7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사업이 중단됐다. 그러다 인덕원~수원선으로 노선을 변경해 2014년 11월 타당성 재조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너도 나도 역을 추가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사업이 늦어졌다. 경기 용인시, 안양시, 수원시, 화성시 4곳 지자체는 국토부에 각각 흥덕역, 호계역, 북수원역, 능동역을 추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토부는 당초 13개 역에서 17개 역으로 늘린 사업의 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2016년 2월 타당성 조사 기관인 KDI에 해당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기재부는 4개 역 추가로 인해 사업비가 기존 2조4587억원에서 2조8570원으로 늘어난 점을 문제 삼았다. 기재부는 늘어난 3983억원을 4개 지자체에게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자체 4곳이 반대해 사업은 1년 6개월 동안 중단됐다.
결국 기재부와 지자체는 지난해 12월 B/C값에 따라 추가비용을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B/C값이 1을 넘어서는 북수원역(수원)과 능동역(화성)은 지자체가 역신설 비용의 50%를 부담키로 했다. 1을 넘지 못하는 흥덕역(용인)과 호계역(안양)은 지자체가 전액 부담키로 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업계획서를 고시했다.
◆용인시 의회 통과가 마지막 변수
그럼에도 흥덕지구 주민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흥덕역의 경우 사업계획서에 추후 용인시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사업에서 제외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용인시는 지난달 14일 ‘선결처분권’을 통해 의회 동의 없이 국토부에 사업동의협약서를 제출했다. 시의회는 지난 2월5일과 지난달 12일 시에서 제출한 ‘사업비(1580억원) 부담 동의안’ 심의를 두 차례 보류했다. 설치에 반대하는 측은 흥덕역 이용객이 흥덕지구 주민으로 한정된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흥덕지구 주민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주민 400여 명이 지난달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 모여 흥덕역 설치를 촉구하는 시위까지 벌였다. 이들은 “입주할 때 가구당 4000만원 씩 광역교통분담금 2700억원을 냈다”며 “흥덕역을 조속히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흥덕지구 역세권 편입
흥덕지구는 그동안 대중교통 오지로 불렸다. 주민 3만여 명이 살지만 주변에 지하철역이 하나도 없었다. 서울로 진입하려면 광역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그나마 가까운 분당선 청명역도 버스로 20분가량 가야할 만큼 멀었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흥덕역 설치를 시의회에서 승인하면서 용인시 동서 교통축의 큰 틀이 마련됐다“며 ”지역 균형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덕원~동탄선 기본계획에 따르면 흥덕역은 원천역과 영통역 사이에 들어선다. 위치는 기흥구 영덕동 이마트 흥덕점 부근으로 알려졌다.
일선 중개업소는 흥덕지구 부동산 시장이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흥덕역 예정지 옆인 '9단지 이던하우스' 전용 84㎡는 지난 6월 3억6500만~3억83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주 초 4억3000만원까지 실거래됐다. 지금은 최고 4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영덕동 L공인 관계자는 "흥덕역 설치 확정 전에도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져 가격이 올랐다"며 "지하철역이 없던 지역이다 보니 역 신설 소식이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시의회 통과 소식에 30일 하루만 대여섯통 매수 문의 전화가 왔다"며 "계약을 고민하던 고객 1명도 오늘 오전 거래를 확정했다"고 말했다.
◆이르면 2021년 착공
인덕원~동탄선 사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2년간 기본·실시설계를 통해 노선과 역사 위치를 확정한다. 이르면 2021년 착공해 2027년 개통할 예정이다. 노선이 완성되면 광교에서 신분당선, 영통에서 분당선, 동탄에서 수서발고속철(SRT)·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연결된다. 다만 사업 기간이 긴 데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해 사업이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용인시의회 의원은 “흥덕 지구 이외 용인시 주민들의 반발을 어떻게 조정할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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