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경제부 기자) 새로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새롭게 합류할 새 금통위원의 성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하기도 합니다. 오는 12일 임기가 끝나는 함준호 위원의 후임으로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20여 년간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임지원 JP모간 서울지점 수석본부장이 발탁되면서입니다.
은행연합회는 2일 청와대에 임 본부장을 함 위원의 후임으로 추천했습니다. 청와대의 임명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무리 없이 오는 24일 금통위에 합류하게 될 전망입니다.
임 본부장의 내정은 여러모로 시장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일단 이성남 전 위원(2004년 4월~2008년 3월)에 이어 두 번째 여성 금통위원의 등장입니다. 이 전 위원 이후 10년째 여성 위원은 없었습니다. 그간 금통위가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경제학자로 구성돼 왔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임 본부장은 경제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지만 기존 위원들과 달리 교수나 관료 출신도 아닙니다. JP모간에서만 20여년 근무했죠. 이번 내정은 아무래도 금통위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시장의 기대도 큽니다. 아무래도 외국계 IB에 있었던 만큼 정부 등을 향해 쓴 소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한은과 정부 사이에서 적절한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선도 많습니다.
주로 지금까지 임 본부장은 한은을 분석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성향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알려진 게 없습니다. 경기와 상황에 따라 때로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 때로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모습을 동시에 나타냈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합리적 중도파’로 임 본부장을 평가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비둘기파’ 성향에 무게중심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임 본부장이 올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한은이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할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을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로는 2.8%를 제시했고요. 한은이나 정부의 전망치인 3.0%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올해 한은이 한 차례 금리 인상을 한다면 시점은 올해 7월일 가능성이 높지만 “매우 불확실한 일련의 정치 및 정책 이벤트로 인해 한은의 관망세가 현재 예상보다 길어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도 내놨습니다.
다만 신임 위원이 임명 직후부터 본인의 목소리를 내긴 쉽지 않습니다. 당분간은 금통위의 대세에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오랜 외국계 IB 생활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뛰어나고, 국제 금융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감각은 탁월하지만 한국 경제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죠. 금통위는 한국 경제의 방향을 정하는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국적을 갖고 있어야 하고, 재산 공개도 매년 합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필요성까지 제기될 정도로 공직자로서 자세와 사명감이 요구되고 있죠.
구성원 교체로 새롭게 꾸려질 금통위가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국내외 과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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