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 회계처리" vs "회계법인·거래소·금감원까지 문제 없다 판단"

입력 2018-05-02 19:16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위반' 논란

■ 금감원, 중징계 통보…삼성바이오 반발



[ 하수정/전예진 기자 ]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회계처리를 위반했다며 ‘중징계’를 통보하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반박에 나서면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2015년 회계처리의 적정성과 고의성 여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인 분식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금감원과 “국내외 전문가와 한국거래소, 심지어 금감원까지 검열한 재무제표에 분식은 있을 수 없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1) 바이오에피스, 종속회사인가
美 바이오젠과 합작…콜옵션 땐 단독지배력 상실

(1) 종속회사인가 관계회사인가

이번 회계 논란의 발단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보고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지분 91.2%를 보유하고 있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재무제표에서 떼어내 ‘관계기업 투자주식’으로 분류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더 이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종속회사가 아니라 지배력이 없는 관계회사가 됐다고 판단해서다.

이에 따라 보유주식을 취득가(2905억원)가 아니라 공정가격(4조8806억원)으로 평가했다. 이 영향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이후 처음으로 1조904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의적으로 자산과 이익을 부풀렸다고 보는 건 이 대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조인트벤처(합작법인) 회계 기준에 맞게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합작 파트너인 바이오젠이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해 절반가량의 지분을 가져갈 게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에 회계처리를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이 회사 지분을 ‘50%-1주’까지 확대할 수 있는 콜옵션을 받았다.

통상 종속회사와 관계회사를 구분할 땐 지분율을 본다. 지분율이 20% 이상이면 관계회사로 분류하고, 50%를 초과하면 종속회사로 판단한다. 하지만 실질 지배력 행사 여부가 더 중요한 잣대다. 합작 법인에 단독 지배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종속회사가 아니라 관계회사로 분류할 수 있다. 심병화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혁신팀장(상무)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이사회에 같은 수의 이사진을 파견할 수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단독 지배권’이 상실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분류한 것 자체는 회계적 문제가 없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견해다.

(2) 2015년 회계방식 변경 이유는
회계법인 6곳 조언 받아…부당 이득 없었다

(2) 왜 2015년에 평가방식 바꿨나

금감원이 가장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회계처리 변경 시점이다. 2015년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뤄진 해이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2016년 11월 상장)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릴 동기가 있었다는 게 금감원 주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합작 시점이나 합작 파트너의 콜옵션 행사 시점에 기준을 변경해야만 일관성 있는 회계처리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회계처리를 변경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가 판매 승인을 받으면서 기업 가치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콜옵션을 행사할 지분가치가 행사가격보다 훨씬 높은 상태에 들어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확실시됐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5년 국내에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를 승인받은 데 이어 2016년 1월 유럽 승인을 획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고의로 회계를 분식해야 할 동기가 없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심 상무는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을 안 했더라도 그룹사로부터 충분히 증자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상장 요건인 200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의적으로 회계처리했다는 금감원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회계법인들과 저명한 회계학 교수들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은 데다 상장 당시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를 거쳤고, 한국거래소와 금감원에 제출한 투자설명서도 문제 없이 통과됐다는 이유에서다.

(3) 정치적 고려 있었나
참여연대·심상정 의원, 문제 제기…감리 착수

(3) 금감원, 코드 맞추기 행보인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의혹을 제기한 건 참여연대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다. 일각에선 2016년 12월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와 관련해 질의한 결과 금감원이 ‘문제 없음’으로 회신했음에도 정치적 요인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당국의 목표물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도 보름간 금감원에 재임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를 각별히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려 특혜 상장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처리를 변경한 시점은 2015년 말로 그해 5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 산정이 이미 마무리된 상태여서 두 회사 간 합병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근거에서다.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상장 과정에서 6곳의 회계법인과 회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법과 절차에 따랐다”며 “그럼에도 회계 사기, 분식회계기업으로 낙인찍는 건 가혹하다”고 했다.

하수정/전예진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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