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효과' 누리는 美기업인들… "신기술 투자·M&A로 화답"

입력 2018-05-02 20:00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현장에서 / 베벌리힐스=김현석 특파원

美최대 식품회사 타이슨푸드
올해 이익 전년比 3억弗 늘어

"늘어난 현금으로 공급망 투자
임금 늘리고 직원 더 뽑게 돼"

법인세 인하 '낙수효과' 커
애플, 자사주 매입 주주환원
주주는 다시 경제활동 '선순환'
므누신 "이것이 美 주식회사"



[ 김현석 기자 ]
“블록체인 기술을 공급망(서플라이체인)에 활용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 클라우드도 도입했다. 정부 감세 덕분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최대 식품회사인 타이슨푸드의 톰 헤이즈 최고경영자(CEO)는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베벌리힐스 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18’에서 이같이 말했다. 타이슨푸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율 인하에 따라 올해 이익이 전년 대비 3억달러(약 3228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헤이즈 CEO는 “늘어나는 이익은 모두 자본재 투자와 근로자 급여 인상에 쓸 것”이라고 했다. 올해 초 모든 직원에게 보너스를 지급했다. 앞으로 고용도 늘릴 계획이다.

호재는 감세뿐만이 아니다. 헤이즈 CEO는 “식품산업은 다른 분야보다 규제가 강한데,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힘입어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토론에 나선 스티브 크로스코스 언스트앤영 글로벌 부회장도 “규제 완화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선 매우 큰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와 고용을 자발적으로 늘린 미국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월마트는 올 1월 시간당 최저임금을 9달러에서 11달러로 인상했고 애플은 직원 2만 명을 늘리기로 했다. 엑슨모빌은 5년간 미국 내 원유 생산시설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법인세 감세 이후 신규 투자 및 임금 인상 계획을 발표한 기업이 500개 이상이다. 미국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낮은 4.1%를 유지하고 있고,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969년 이후 최저로 떨어진 배경이다.

래리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 등 적지 않은 미국 내 경제학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를 비판했다. 올해 초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에선 “감세로 재정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미국 경제가 이미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감세가 불필요했다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현장 기업인과 금융인이 모인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선 감세 정책에 찬사가 쏟아졌다. 마이클 코벳 씨티그룹 CEO는 “미국 경제가 계속 좋아지고 있으며 감세로 인한 혜택이 ‘중간 과정’을 거치고 있을 뿐 아직 완전히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가 더 좋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로버트 스미스 비스타에쿼티파트너스 CEO는 “감세로 많은 기업에 현금이 넘치고 그들은 그 돈으로 인수합병(M&A) 등 새 기회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컨 콘퍼런스 개막 전날인 지난달 29일 미국 이동통신업계 3, 4위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260억달러 규모 합병을 발표했고 정유회사 마라톤오일은 경쟁사 앤데버를 23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애플은 주주 환원을 위해 10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세제 개편으로 해외에 남겨둔 이익을 들여올 때 내야 할 세금이 35%에서 15.5%로 줄어들자 돈을 미국으로 가져가 쓰는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밀컨 콘퍼런스에서 “자사주 매입은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이며, 회사가 지급하면 (어디 없어지는 게 아니고) 주주는 이를 경제 활동에 쓴다”며 선순환 효과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게 바로 코퍼레이트 아메리카(미국 주식회사)”라고 설명했다.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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