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경제지표 중 8개, 1년 만에 '상승·회복' → '둔화·하강' 국면

입력 2018-05-03 18:55  

경기 긴급진단

통계청이 발표한 '경기순환시계' 분석해보니

작년 4월 20% 넘던 수출 증가율
올해는 1.5% 하락으로 전환

제조업·건설경기 위축 여파
실업률도 17년 만에 최고치

정부 "3% 성장 가능하다"지만
전문가 "경기 꺾이는 변곡점"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등
비용 늘리는 정책이 기업 압박



[ 임도원/고경봉/김은정 기자 ] 경기 둔화를 알리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주요 경제 지표들이 올 3~4월 들어 일제히 악화하면서 회복되던 경기가 다시 침체기로 접어드는 변곡점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반도체가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 자동차 조선 등 다른 주력업종은 부진을 겪으면서 수출과 생산, 투자, 고용, 내수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어서다. 세계 경제 호황기에 한국만 역행하는 추세여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법인세·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 비용을 증가시키는 정책이 줄줄이 추진되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출 부진으로 연쇄 타격

3일 통계청 ‘경기순환시계’를 보면 10개 지표 중 소매판매와 소비자심리지수를 제외한 8개 지표가 경기 하강과 회복의 경계선에 있거나 하강·둔화에 접어들었다. 이들 지표는 작년 같은 기간 회복과 상승 국면에 있었다. 성장을 견인하는 수출에서 지표 악화가 두드러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3.8%였던 수출 증가율은 지난달 -1.5%로 반전했다. 18개월 만의 내림세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37% 증가하며 97억8000만달러로 역대 2위 실적을 기록했지만, 자동차(-8.6%) 철강(-7.4%) 디스플레이(-16.2%) 가전(-20.1%) 무선통신기기(-40.7%) 선박(-75.0%) 등 다른 주력 산업은 줄줄이 감소했다.

수출 악화에 따른 출하 부진은 해당 대기업은 물론 부품업계의 생산 및 투자에 연쇄 타격을 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1% 늘었던 제조업 생산은 지난 3월 2.2% 줄었고, 서비스생산은 같은 기간 0.5%에서 0.4%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3월 10.1% 증가에서 지난 3월에는 7.8% 감소로 돌아섰다.

지난해 수출과 함께 경기를 이끈 ‘쌍두마차’였던 건설투자도 잇단 부동산 규제 대책으로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은 지난해 3월 3.6% 늘었으나 올 3월에는 -4.5%를 기록했다.

◆기업 경기 전망도 어두워져

제조업과 건설 경기 둔화는 고용시장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지난해 3월 46만6000명 늘었던 취업자는 지난 3월 11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3월 실업률은 같은 달 기준으로 17년 만에 최고치인 4.5%까지 치솟았다. 기업의 경기 전망도 어두워졌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제조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해 4월 83에서 지난달 77로 내려앉았다. BSI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4월 101.2에서 지난달 107.1로 개선되기는 했으나 5개월 연속 하락한 수치였다. 소매판매가 지난해 3월 0.7% 감소에서 지난 3월 2.7% 상승으로 돌아섰지만 산업 침체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남북한 해빙 무드에 힘입어 가계의 심리만 조금 나아지고 있을 뿐 실물 지표는 일제히 악화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3% 성장 가능하다는데…

정부도 경제 지표 악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경기 침체 국면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1.1% 성장으로 올해 3% 성장 경로를 향해 가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의견은 다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1분기 성장률만 놓고 보면 좋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쪼개서 보면 1월에서 2월, 3월로 가면서 각 지표가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며 “경기가 꺾이는 변곡점으로 다가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주도 성장에 한계가 온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외에는 수출이 좋아질 만한 산업을 찾기 힘들다”며 “지표 악화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추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 부담을 늘리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비용을 늘리는 정책이 기업에 압박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고경봉/김은정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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