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터뷰] 김산하 대표 "절반이 실패하는 ICO, 성공하려면…"

입력 2018-05-04 10:14   수정 2018-11-07 08:11

실패하는 가상화폐 공개엔 공통점 있어
투자자가 비즈니스 구조 등 살펴야





“지난해 가상화폐공개(ICO) 902개 가운데 절반이 실패했습니다. 142개는 자금 조달 전에, 276개는 자금 조달 후에, 113개는 ICO를 마친 뒤 유명무실해졌죠”

김산하 K&Y파트너스 공동 대표는 많은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노리고 ICO에 참여하지만, 그 위험성도 매우 높다고 당부했다. K&Y파트너스는 가상화폐(암호화폐)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실제 대부분의 ICO는 가상화폐가 초기 구상대로 개발되고 여러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돼 가치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개발 도중 실패하거나 초기 모델과 다르게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온전히 개발을 마치더라도 유명 거래소에 상장되기는 쉽지 않다.

이런 경우 투자자들은 투자 원금마저 손해를 보지만, 대다수의 ICO는 개발 지연이나 실패 등의 책임을 투자자에게 돌리고 있어 손해를 보상받기 어렵다. 김 대표가 신중한 ICO 선택을 당부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가상화폐를 계속 사용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가상화폐는 저마다의 타겟 시장이 존재한다”며 “해당 시장에서 독점적 가치를 지닌 가상화폐만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사가 많을수록 시장 점유율이 떨어져 서비스 자체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가상화폐를 지속 소비하는 구조가 아닐 경우 서비스가 성공하더라도 가상화폐 가치는 오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블록체인은 데이터 무결성에 강점을 지닌다”며 “굳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서 억지로 블록체인을 연결시켜 ICO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블록체인은 여러 노드에서 실시간으로 검증 작업을 거치기에 데이터 위변조 방지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이지만, 서비스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 비자카드는 초당 2만4000건의 거래를 처리하지만, 가상화폐 가운데 가장 빠른 리플(Ripple)의 초당 거래량은 1500건에 불과하다.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초당 7건 밖에 연산하지 못한다. 때문에 지불결제 등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야 하는 서비스에는 적합하지 않고 성공하기도 어렵다.

김 대표는 “지금도 블록체인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서 ICO를 추진하며 투자자를 현혹하는 회사들이 존재한다”며 “투자자들은 ▲프로젝트에 블록체인이 필요한지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혁신하려 하는지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투자자에게 무슨 혜택이 있는지 등을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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