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자신감 배경은
"법적으로 문제없다" 판단
남북회담 뒤 여론 호전도 한몫
'벼랑끝 전술' 펴는 여야
與, 특검 수용 대가 극대화 전략
추경·판문점 선언 비준 원해
한국당, 조건없는 특검 요구
정치권 일각 "극적 타협 가능성"
[ 박동휘 기자 ]
“특검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조사에도 임하겠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가 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한 말이다. 같은 날 국회는 특검 수용 여부를 놓고 여야의 ‘강대강’ 대립으로 치달았다. 정작 당사자는 수용 의사를 밝혔는데 특검을 빌미로 여야가 국회 공전을 방치하고 있는 모양새다.
‘황제 조사’란 논란 속에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한 김 후보는 시종일관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여러 차례 신속하게 수사해 줄 것을 요구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그리고 당당하게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발언은 마치 정치 유세를 방불케 했다. 김 후보는 전날부터 단식 농성에 들어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 “심각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도 팽개치고 남북한 정상이 어렵게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마저 거부한 채 무조건 노숙 농성을 하는 것은 국민에게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정치권에선 김 후보의 자신감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검을 받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 후보 보좌관과 드루킹 간의 금전 거래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의 댓글조작 개입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마쳤을 것이란 추론이다.
김 후보의 특검 수용 의사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상 당사자인원내대표가 단식투쟁까지 선언한 마당에 더 이상의 협상 제안은 의미가 없다”며 “한국당의 선행적 조치가 없으면 남은 제 임기(11일까지) 동안 여야 협상은 없다”고 선언했다. 단식 중인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특검은 어떤 경우에도 타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당이 ‘벼랑 끝 전술’에 기대고 있는 형국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양쪽 모두 특검 수용에 따른 반대급부를 최대한 많이 얻어내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민주당은 ‘검경 수사 후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특검을 받겠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민주당의 공세에 한국당은 원내대표 단식이란 극단적 방법으로 역공을 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준표 당대표가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위장 평화쇼’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제안한 거래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곤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러나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선거 전 30일인 이달 14일까지 본회의를 열어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로 출마한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를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의원직을 내놓은 후보는 김경수, 이철우(한국당 경북지사 후보), 양승조(민주당 충남지사 후보), 박남춘(민주당 인천시장 후보) 등 4명이다. 국회가 14일을 넘겨 본회의를 열지 못하면 해당 의원의 지역구는 재·보궐 선거를 치르지 못해 내년 4월까지 의원 없는 지역구로 남아야 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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