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업체 대거 입성
지난 5일 찾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학동공원. 점심시간이 되자 오전 업무를 마친 직장인들로 한산했던 공원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주택 사이사이 자리 잡은 연애기획사, 건축디자인회사, 영화사 등에 다니는 직장인들이다. 신사역 인근 상가에서 점심을 마친 후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 휴식을 취하려는 인파다. 가벼운 운동을 즐기거나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눴다. 오후 1시쯤 되자 북적였던 공원이 다시 한산해진다.
학동공원 주변 논현동 고급주택가에 중소규모 오피스, 상가겸용주택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거리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학동공원 바로 옆 A갤러리카페에서 3년째 근무 중인 B씨는 “3년 전만 해도 한산한 주택가였는데 최근 새 건물들이 계속해서 들어서면서 점심시간이면 식당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며 “세련된 디자인의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논현동 주택가는 변신 중
논현동 학동공원 주변은 전형적인 단독주택 부촌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도 여기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 고급 단독주택들이 최근 3~4년 사이 다세대주택이나 중소규모 오피스, 상가겸용주택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학동공원 북쪽과 경계를 접한 라인에선 건물 신축공사 현장이나 신축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논현동 12-17번지에선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의 제2종 근린생활시설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지하층은 사진 촬영 작업을 위한 스튜디오로, 1층은 필로티 구조 주차장, 2~4층은 사무실로 사용할 계획이다. 1980년대 지어진 단독주택 두 채가 있던 자리다. 두 친구가 함께 약 267㎡ 규모의 대지를 사들여 주택 두 채를 나란히 짓고 있다. 권우성 시네마건설 현장소장은 “최근 단독주택에 살든 토박이들이 전원주택이나 신축 아파트 등으로 이사하면서 논현동 주택가에 오피스나 다세대주택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지난 12월 바로 앞 다세대주택을 매입한 건물주도 임대 계약이 끝나면 그 자리에 오피스 건물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건물 바로 옆에 3년 전 들어선 4층짜리 건물도 단독주택이었던 자리를 허물고 새로 지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다. 광고제작업체, 디자인업체 등 4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건물 4층은 건물주가 거주하는 공간이다. 건물 관리인 B씨는 “근무해온 2년 동안 입주 회사가 한 번 정도 바뀌었다”며 “주변에도 오래된 건물들이 속속 중소형 규모의 사무실이나 다세대주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동쪽방향으로 언덕길을 올라오면 한 콘크리트를 노출한 신축건물이 나온다. 현재 입주자를 모집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이 건물에서 50m 떨어진 곳에서도 신축건물 마무리공사가 한창이다. 이 건물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K씨는 “한 영화제작업체가 건물 전체를 이미 임차했다”며 “바로 맞은편 건물주도 조만간 건물을 헌 뒤 신축건물을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동공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제2종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공사 현장 두 곳과 맞닥뜨린다. 모두 총면적 1300㎡ 이상 규모다. 단독주택을 허물고 들어서는 건물이다.
◆노후 단독주택 재건축 시기 도래
기존 단독주택 소유주들은 30년 이상 세월이 흘러 주택 노후화가 심각해진 데다 땅값이 3.3㎡당 5000만원대로 치솟자 집을 매각하고 있다. 개발업체들이 이런 단독주택을 사들여 오피스나 상가겸용주택, 다세대주택을 짓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강남구 내에서 논현동의 건축 인허가가 가장 많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올 들어 논현동 건축 인허가 건수는 13건을 기록했다. 다세대주택 원룸주택 건설이 활발한 역삼동(12건)을 앞선다. 인근 신사동의 건축인허가 건수는 0건, 청담동 건수는 1건 수준이다.
신축 추세는 꾸준하다. 논현동에선 2016년 32건의 건축 인허가가 이뤄졌다. 작년에도 22건의 인허가가 떨어졌다. 올해 1분기에는 벌써 13건이 인허가를 마무리했다. 1분기에만 작년의 절반 수준을 뛰어넘었다.
이곳에선 오피스나 상가겸용 형태가 결합한 건물이 많다. 주택이 있던 자리에 주거 전용 건물을 다시 지으면 보통 가구당 1대의 주차 공간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오피스 또는 상가겸용주택으로 건물을 지으면 주차공간을 상대적으로 덜 확보해도 돼 사업성이 높아진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소규모 개발업체들이 논현동 일대에 주거 용도로 쓰던 땅을 매입한 뒤 저층 건물을 4~5층 정도로 짓는 추세”며 “주택 임차인은 저층부를 기피하고 상가 임차인은 저층부를 선호하는 것을 감안해 결합 건물을 많이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물들의 디자인이 뛰어나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건물 디자인 경연장이라고 부를 만하다”며 “논현동에 오면 최신 중소규모 오피스와 다세대주택 디자인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박이들은 이런 변화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곳 고급빌라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이월무씨(51)는 “10년 전 한적한 분위기에 반해 이곳으로 이사 왔는데, 지금은 밤에도 시끄러울 때가 있어 불만”이라며 “이곳에 살던 단독주택 주인들이 조용한 곳을 찾아 하나둘 집을 팔고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업체 대거 입성
일선 중개업소들은 학동공원 주변 주택가가 문화콘텐츠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소규모 오피스촌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건물주들은 주로 창의성이 있어야 하는 업종들을 유치하고 있다. 학동공원 주변의 쾌적한 환경과 조용한 분위기를 고려한 선택이다. 실제 연예기획사, 영화사, 건축디자인회사, 광고회사,스튜디오 등이 학동공원 주변에 대거 자리 잡았다. 이들은 주로 신축건물에 임차인으로 들어가거나 기존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논현동 A공인 관계자는 “청담동에 있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임대료가 비싸지자 대거 논현동 쪽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인근 식당에선 연예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논현동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논현1동 주택가 오피스 월 임대료는 공급면적 기준 3.3㎡당 15만원 정도다. 인근 대로변에 비해 3.3㎡당 5~7만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김태경 골든공인 대표는 “주택지에 들어선 사무실이어서 100㎡~150㎡ 규모 중소형 비중이 높다”며 “유동 인구가 적고 주변 환경이 조용한 편이라 여기로 들어오려는 스튜디오, 연예기획사 등의 문의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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