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투자이민 '뚝'… 2년새 반토막 났다

입력 2018-05-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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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이상 차지하던 중국인
자본통제·사드보복 탓에 '주춤'

공익사업 투자이민 유치자금
지난해 188억원…21.3% 줄어
부동산 투자는 5년새 5분의 1로

국적 다변화할 유인책 마련 시급



[ 안대규 기자 ] 지난해 투자이민지로 한국의 인기가 크게 식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투자이민의 90% 이상을 차지해온 중국인의 행보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등으로 주춤해졌다.


6일 법무부에 따르면 공익사업 투자이민제로 유입된 자금은 지난해 188억원(39건)으로, 2016년 239억원(59건)에 비해 21.3% 줄었다. 2015년 실적(387억원, 84건)에 비해 반토막 난 것이다. 투자이민제로 유치한 자금은 2015년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기록했다.

정부는 해외 자본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0년부터 부동산 투자이민제, 2013년부터 공익사업 투자이민제를 시행하고 있다. 공익사업 투자이민제에 따라 외국인이 5억원 이상을 국내에 예치하면 경제 활동이 자유로운 거주비자(F-2)를 받을 수 있고 이를 5년 이상 유지하면 영주권(F-5)을 받을 수 있다.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나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투표권이 주어진다. 투자이민제 신청자의 90%는 중국인이다. 나머지 10%는 중동,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국, 대만, 홍콩 등이다.

중국이 ‘사드 보복 조치’로 지난해 자국민의 한국 여행을 금지하고 자본 유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 점도 투자이민 감소의 한 요인이다. 지난해부터 자본 유출 관련 규제를 강화해온 중국이 올해부터는 1인당 해외 출금 허용액을 10만위안으로 제한했다.

특정 지역 부동산에 5억원 이상 투자하면 이민을 허가하는 부동산 투자이민제 역시 지난해 947억원(40건)에 그쳤다. 이는 한 해 전의 1506억원, 223건보다 37.1%(금액 기준) 급감한 규모다. 전성기였던 2013년 실적(4531억원, 667건)에 비하면 5분의 1에 불과하다. 부동산 투자이민제 대상 부동산은 강원 평창, 인천경제자유구역, 제주, 전남 여수, 부산 해운대, 경기 파주, 강원 정동진 등이 있지만 중국인의 투자가 집중된 제주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해왔다. 제주도가 외국인 투자 가능 부동산을 2015년 11월부터 관광지로 한정시킨 점도 중국인 투자가 주춤해진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일부 낙후지역(영주, 안동, 예천, 태안, 해남 등) 개발 사업에 5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이민이 가능하도록 한 ‘손익발생형 공익사업 투자이민제’의 경우 신청이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국보다 더 좋은 투자이민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많아지면서 중국 부호들의 한국행(行)이 줄어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기회에 중국으로 편중된 투자이민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주는 군사요충지이자 자연유산이 풍부한 곳이지만 중국인 투자가 몰리면서 난개발과 환경 파괴, 외국인 범죄 급증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중국인의 제주 투자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작정 늘릴 것이 아니라 우수 인재와 국내 사회 발전을 염두에 두고 투자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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