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혁신 기반한 새로운 대안 마련 필수
"똘똘한 게임 하나에 집중하는 게 장기적인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당장의 실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게 현실이다"
게임업체들이 돈이 되는 양산형 게임에만 집중한다는 질문에 게임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모범 답안"이라면서도 "그런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 조금이라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집중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말했다.
국내 게임업체들의 실적이 '똘똘한 게임 하나'에 좌우되고 있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3N'은 물론이고 중견·중소업체들도 마찬가지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던전앤파이터(넥슨), 리니지2 레볼루션(넷마블), 리니지M(엔씨소프트)가 벌어들이는 금액은 각사 전체 매출의 절반에 달한다. 중견·중소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마일게이트(크로스 파이어), 블루홀(배틀그라운드), 위메이드(미르의전설), 엠게임(열혈강호)도 전체 매출의 50% 정도를 하나의 게임이 견인하고 있다. 기존 게임들의 인기가 잦아들 경우 매출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현상은 PC게임(온라인게임)에서 두드러진다. PC게임을 대표하는 IP(지식재산권)인 리니지의 경우 10년 이상 매년 1조 원 가까이를 벌어들이고 있다. 네오플(넥슨 자회사)의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만 누적 매출 1조 원을 기록할 정도다.
해당 게임들은 게임에 돈을 쓰는 일명 '하드코어 유저'가 선호하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란 공통점이 있다. 특히 MMORPG는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높아 게임사들의 주머니를 채워준다. 신작들이 MMORPG에 쏠리는 것도 같은 배경 때문이다.
업계에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똘똘한 게임 하나 잘 키우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고 항변한다. 게임 환경이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많은 업체들이 모바일 신작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적을 견인하는 건 오래된 PC게임과 기존 모바일게임이라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어려울수록 다양성과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장르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블루홀이 수익성이 좋은 RPG나 대세인 MOBA(점령전) 장르에서 벗어나 배틀그라운드를 성공시킨 것과 같은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는 충고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산업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타이틀을 개발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쉽지 않은 문제인 건 분명하지만 장르와 특성, 세계관 등 다방면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어려울수록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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