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나 위신’이다. 눈에 보이는 권력과 정신적 권위는 구별하기 어렵다고 한다. 중국어에도 권위는 권력(權力) 또는 위세(威勢)의 의미가 있지만 중국인의 권위에 대한 관념은 우리와 다르다. 중국 조직을 운영하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개념이다.
네덜란드 심리학자 헤이르트 호프스테드는 부하 직원과 상사 간의 심리적 거리, 즉 ‘권력 거리(power distance)’를 조사했다. “종업원들이 상사에게 이견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가” 등 권위에 대한 태도를 물었다. 중국은 여러 면에서 볼 때 권력 거리가 멀다. 그래서 공산당 또는 정부 행위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들리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윗사람의 의견에 반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식사 장소 등에서 보이는 중국인의 모습은 위아래 없이 편하게 지내는 듯하다. 때로는 예의가 없어 보일 정도다.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떤 이는 중국이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미국적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우리의 잣대로는 분명 이율배반이다. 모순되는 상황을 접하면 당황스럽다. 판단을 해야 하는 처지라면 곤혹스럽다.
한편, 권위 있는 자라도 권위적인 이미지만 있다면 오히려 부족하다. ‘평민(平民)’ 이미지가 더해져야 금상첨화다. 중국인들은 “低調(저조·low profile: 관심을 끌지 않는다)”라는 평을 듣기를 좋아한다. 이처럼 권위에 대한 중국인의 생각을 알아야, 권위관(觀)이라는 필터를 통과해서 나오는 중국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들의 행동을 제대로 예측해낼 수 있다. 理所當然(이소당연: 당연한 일)으로 이해되는 상황이 많아지면, 이제 중국에서의 예측이 쉬워진다. 옳은 판단을 할 가능성이 훨씬 많아지는 것이다.
권위는 현실적 이익과 연결되야
권위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을 모르면 중국인이 회사 상사(혹은 조직의 규정, 질서 또는 권위)에게 때로는 매우 공손하고, 때로는 매우 자유로운 양단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 자칫 “회사일을 우습게 안다”, “건성으로 일한다”, “앞에서만 하는 척한다”는 등의 착각을 하게 된다.
중국인들이 위아래 없이 편하게 얘기한다는 말은 맞지만-속내를 터놓는다는 게 아니라 연장 또는 서열에 덜 구속된다는 의미다-그래서 솔직한 토론이 가능하다고 확대 해석하면 곤란하다. 고과를 관장하는 직속상관이 아니라면 또는 이해관계가 그다지 없으면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직급에는 권한도 동반되는데, 주위 동료들이 그 권위(또는 권한)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큰일이다. 조직 상사의 지시를 아랫사람이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승진 등 권위의 상승은 현실적 이익과 맞물려야 한다. 권위는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자체로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개인의 이익과 연결돼야 한다. 중국인들이 공(公)과 사(私)의 경계에 대해 모호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회사에서 부여한 공적인 권한을 사익을 취하는 데도 적극 활용할 것이다. 공권력이 아닌 회사의 감사 등은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다. 무서워하지 않는 회사의 규정으로 종업원을 통제하려는 것이 무력화되는 이유다.
승진(권한의 증가)에 대해 회사에 감사하는 모습도 진실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이 권력을 활용한 사익의 추구 역시 매우 자연스럽다. 우리에 비해 매우 강렬하며, 동시에 주변 사람들 역시 이를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인의 권위에 대한 의식은 중국인의 자기중심주의와 섞이면서 복잡해진다. 통제력을 상실한 조직은 일사불란한 경영은 물론 자칫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권위만으로는 통제할 수 없어
陽奉陰違(양봉음위)는 앞에서만 따르고 뒤돌아서는 딴짓을 하는 일종의 처세술이다. 윗사람 혹은 회사의 지시에 대해 속으로는 다른 생각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는다. 때로는 “알겠다”고 대답하고도 실천하지 않는다. 상사의 체면을 고려해 말을 삼키기도 한다. 혹은 지시를 이행하려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의 마찰이 염려돼 지시를 무시해 버린다.
중국 내 한국 기업의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많다. 중요한 업무 지시가 누락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부지런하게 확인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회사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문화를 비교한 쉬량광(許光)은 “중국은 (청교도 전통이 있는 미국과 반대로) 외부 금지령의 통제력이 내심의 구속보다 더 강하다”고 말했다. 규정 제정도 중요하지만 신상(信賞) 외에 필벌(必罰)의 실천을 통한 조직 운영이 하나의 해결책이다. 현지화는 단지 현지인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신상만 있고 필벌이 없으면, 賠了夫人又折兵(배료부인우절병: 이것저것 다 잃다)이 될 수 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