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질환 진단 AI '닥터눈' 개발 중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불리는 인공지능(AI)이 의료계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보건의료 관련 AI 시장 규모는 2014년 6800억원에서 2021년 7조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는 2015년 1월 이후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은 AI 기반 보건의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30%가 AI를 통한 영상 분석 및 진단을 연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상 첫 AI 의료기기에 대한 품목 허가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메디웨일은 안저(눈의 안구 뒷부분) 검사 영상을 분석해 안질환을 진단하는 AI '닥터눈(Dr.Noon)'를 개발하고 있다. 최태근 대표(사진)는 "안저 검사 영상을 입력하면 혈관, 시신경, 황반 등의 병변 여부를 정확도 95% 수준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한 뒤 시계 유통업체를 운영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임형택 연세대 의대 안과 임상조교수를 만난 게 창업 계기였다. 그는 "인공지능에 관심이 생겨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던 참에 우연히 임 교수를 만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논문 및 온라인에서 영상 10만장을 수집해 AI를 학습시킨 뒤 연세대 의대와 기술협약을 맺고 기기의 신뢰성을 검증 받았다. 그는 "일반적으로 영상 6만장이면 신뢰할 수 있는 영상 판독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닥터눈이 당뇨 환자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뇨 환자가 가장 조심해야 할 합병증 가운데 하나가 당뇨망막병증 같은 안질환인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정기적으로 검사하지 않으면 실명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주기적으로 치료 받는 당뇨 환자 500만명 가운데 60% 이상이 동네 내과의원을 이용한다"며 "내과 혹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눈 상태를 제대로 진찰할 수 없어 절반 이상의 당뇨 환자가 사실상 눈 건강을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메디웨일은 동네 병의원 의사가 안저 카메라와 함께 닥터눈을 이용하면 안질환을 앓고 있는 당뇨 환자를 찾아내 제때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대표는 "내과의원 및 건강검진센터 2000여 곳을 겨냥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할지, 진단 기기와 결합해 판매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의료기기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은 오는 6월 시작될 예정이다.
메디웨일의 목표는 안저 검사로 심혈관질환을 검진하는 AI 진단 보조기기를 만드는 것이다. 망막 구조 변화와 심혈관질환 발병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코호트 연구가 상당수 축적됐고 지난해 구글이 '네이처 바이오 메디칼'에 망막을 통해 심혈관질환을 예측할 수 있음을 입증한 논문을 실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 2월 구글의 자회사 베릴리는 안저 영상으로 주요 심장질환 위험을 판단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 대표는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 50만~60만원이 드는 등 국내에서 심장 검진에만 연간 약 1조원이 소요된다"며 "1만원 정도 하는 안저 검사로 이를 대체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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