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예진 기자 ] 차바이오텍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까지 바이오업계가 수난 시대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기업의 경쟁력 및 가치와 관련이 없는 경영상 회계 처리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데 있다.
차이점은 문제를 인지한 시점과 대응 방식이다. 차바이오텍은 연구개발(R&D)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하던 관행이 문제가 될 것을 너무 늦게 인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사태까지 왔다. 반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회계 처리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고의적 분식회계의 오명을 얻게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타격이 더 컸다. 차바이오텍은 잘못이 명확해 회사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융감독원의 판단 근거를 파악할 수 없어 대응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차바이오텍과 마찬가지로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차바이오텍은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빠르게 자구책을 마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의 회계 위반 발표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면 돌파 전략으로 맞섰지만 오히려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금감원이 관련 내용을 함구하라고 통보해 방어할 기회를 잃었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 측 입장이다.
금감원은 조치사전통지서에 사유는 빼놓고 처벌 수위만 적시했다. 금융당국이 감리 대상의 편의를 고려해 핵심 증거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왜 징계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근거도 없이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로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어느 한쪽만 치명타를 입는 게 아니다. 금감원은 정치권, 시민단체 요구에 부응했다는 성과는 거둘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국내 바이오산업, 투자자들까지로 피해가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 투자사들로부터 윤리 규정 문제로 문의가 급증해 비상 상황이다. 추가 피해를 줄이는 길은 금융당국이 투명하게 감리 과정을 공개하고 조속히 결론을 내리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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