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週 52시간'… 산업현장 '우왕좌왕'

입력 2018-05-0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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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50여 일 남았는데 정부 세부지침도 안나와
기업들 혼란…"시행착오 거듭하다 경쟁력만 하락"



[ 좌동욱/심은지 기자 ] 연매출 6000억원대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인 A사는 경기 성남시 판교의 연구개발(R&D)센터를 연내 중국 둥관시로 옮기기로 했다. 오는 7월부터 주당 최장 근로시간이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줄어들면 이를 지키기 어렵다고 보고 R&D센터를 둥관 생산법인과 합치기로 했다.

국내 4대 그룹 계열사에서 일하는 이모 상무는 최근 회사에 임원이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인지를 문의했다가 “모호한 답변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인사팀에서는 임원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법무팀은 “대표이사와 사업부장 등 주요 보직을 맡지 않은 임원은 법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다른 해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업과 산업 현장이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일의 특성상 주 52시간을 지키기 어려운 업종이 적지 않은 데다 어디까지를 근로시간으로 볼지에 대한 정부 기준과 세부 지침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혼선을 빚고 있어서다.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들조차 “대한민국 전체가 주 52시간제의 실험장이 됐다”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법(지난 2월 말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지키려면 인력을 10~30%가량 더 뽑아야 한다”면서도 채용 확대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노동관련법과 규정에 따라 한번 뽑으면 해고 등 구조조정을 하기가 힘들어서다.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정책 목표와 달리 연구개발직이나 운전기사, 비서 등 일부 직종에선 근로시간 단축 여파로 일자리가 줄어들 조짐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막으려면 유연근무제와 탄력근무제 확대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좌동욱/심은지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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