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에 '매파' 임지원 내정
이주열 총재 포함하면 '매파' 4명으로 늘어
물가 1%대 중반으로 올라
7월 금리 인상론 뒷받침
[ 김은정 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7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으로 알려진 임지원 JP모간 서울지점 수석본부장이 신임 금융통화위원에 내정되면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에선 오는 24일로 예정된 올해 네 번째 금융통화위원회에 임 본부장이 합류하면 종전 3 대 2였던 매파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비율이 4 대 2로 바뀌면서 내부 구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파 성향의 위원이 전체(총 7명)의 과반을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온 뒤 7월 실제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하나금융투자가 8일 공개한 ‘4월 금통위 의사록 발언 분석’ 자료에선 위원들의 성향이 매파 2명, 비둘기파 2명, 중립 2명으로 분류됐다. 이 중 중립 성향을 띤 위원 중 한 명은 오는 12일 퇴임하는 함준호 위원으로 추정됐다. 금통위 의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은 의사록에 실리지 않지만 이 총재는 보통 매파로 여겨진다. 이 총재를 포함하면 지난 4월까지 금통위 내 매파와 비둘기파 비율이 3 대 2였던 셈이다. 경기 진단과 추가 금리 인상을 놓고 이같이 팽팽하게 맞서는 위원들의 성향은 지난해 11월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올린 뒤 줄곧 동결해온 배경이 됐다.
하지만 함 위원 후임으로 임 본부장이 내정되면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20여 년간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임 본부장이 2014~2016년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던 금통위 결정에 비판적이었기 때문이다. 2016년 3월에는 “추가적인 통화 완화로 인한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며 금리 인하에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이 총재는 이런 임 본부장의 성향과 관련, “시장에 약간의 긴장을 넣어주는 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6% 오른 점도 7월 금리 인상설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4월 물가 상승률이 1분기 부진에서 벗어나 유의미한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1.5%를 웃돌았다”며 “기존 매파 성향 위원들의 의견 강도도 세졌기 때문에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이 언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시장에 금리 인상 신호를 주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 총재는 이달 4일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에서 소비, 투자, 관광객, 고용 등 실물지표를 물가보다 조금 더 신경쓰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시장에 신호를 주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신뢰를 잃을지 모른다”고도 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달러화 강세 등으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할 우려가 높아졌다”며 “이런 점도 한은에는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고용지표가 아직 부진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7월 금리를 실제로 올리더라도 연내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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