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관우 기자 ]
‘오일육(5월16일)부터 십이륙(10월26일)까지.’
골프깨나 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얘기입니다. 잔디가 파릇파릇한 5월 중순부터 붉은 단풍이 지기 전인 10월 말까지가 진짜 골프시즌이라는 말입니다. 지금이 5월 초순이니 ‘빚내서 골프 친다’는 시즌의 딱 초입입니다.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주말골퍼들의 마음은 그럼에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 한둘이 끼어 있기 마련입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비거리입니다. ‘딱 20야드만 더 치면 골프 참 재미있겠는데….’
겨우내 허송세월한 게 못내 아쉽겠지만 라운드가 코앞이라 도리가 없습니다. 그래도 당장 1야드가 아쉽다면 ‘숨은 비거리 찾기’가 먼저일 수 있겠습니다. 라운드 전 하루 이틀 연습이 꼭 필요하다는 건 물론입니다.
클럽헤드, 공 10~20㎝ 뒤에 놓고 스윙을
비거리는 볼스피드, 탄도, 스핀양 순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이걸 비거리의 ‘3요소’라 칭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가운데 그나마 가장 빨리 바꿀 수 있는 게 탄도입니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고 최대의 비거리를 내려면 대략 11~13도가 적당합니다. 알고는 있어도 굳어진 스윙으로 만들어내기는 간단치 않습니다.
현실적인 방법은 클럽헤드를 티 바로 뒤에 바짝 어드레스하지 않고 10~20㎝ 정도 뒤에 놓고 스윙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올려치는(ascending blow)’ 상향타격이 가능해지고 적당한 탄도를 얻어내기가 수월해집니다. 다만 제대로 올려치기 위해선 임팩트 순간 머리가 공 뒤(공 오른쪽)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걸 유의해야 합니다. 올 시즌 2승을 올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강자 장하나는 “공의 오른쪽 옆구리의 잔상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치면 상향타격이 잘된다”고 말합니다.
회전수를 줄여라
올려치기가 비거리 내기에 더 좋은 또 다른 이유는 비거리의 적(敵)인 공의 스핀양, 즉 회전수(백스핀)를 줄일 수 있어서입니다. 회전수는 ‘스핀 로프트 각(spin loft angle)’에 의해 결정되는데, 스핀 로프트각은 클럽페이스가 누인 각도(제조 시 설정한 로프트각이 아니라 실제 얼마나 뉜 채 휘둘러지느냐의 각도)와 클럽헤드가 공을 때리기 위해 접근하는 각도의 합이 만들어 냅니다. 이 각이 클수록 스핀이 많이 걸리고 비거리 손해를 봅니다. 이 각이 최악으로 커지는 경우는 헤드는 내려오면서 공에 접근하고, 클럽페이스는 뒤로 누인 채 공을 때릴 때입니다. 공을 깎는 각도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회전수가 많아지고 탄도도 지나치게 높아져 공이 제대로 멀리 날아가지 않습니다. 때로는 일명 ‘뽕샷’이라 부르는 고탄도 샷이 나와 코앞에 공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같은 힘, 같은 스피드로 공을 때리고도 거리가 많이 안 나는 ‘억울한’ 경우입니다.
드라이버의 경우 1000rpm만 줄여도 10~20야드가 좌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입니다. 어드레스 때 상체를 오른쪽으로 5도 정도만 기울여도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오른팔로 왼팔을 끌어라
‘스윙 아크’가 커야 비거리가 많이 난다는 것도 많이들 아십니다. 백스윙 때 팔을 쭉 뻗어야 한다는 것도 물론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쉽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그립을 잡은 오른손으로 왼손과 왼팔을 오른쪽으로 쭉 밀어내는 것입니다. 이때 왼팔도 오른쪽으로 밀어 양팔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공조를 하게 하는 게 효율적입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다 은퇴한 찰리 위(위창수)는 이렇게 해서 최대치의 아크를 그렸다고 했습니다. 양어깨를 몸 앞으로 모아 서로 가깝게 하고, 양 팔꿈치 역시 서로 가깝게 모으면 모을수록 큰 아크를 그리기가 좀 더 쉬워집니다.
지면박차기 원리 활용해야
대개 하체를 고정하라는 게 많은 티칭프로들의 말입니다. 단단한 하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비거리를 내기 위해선 적당한 몸의 활용이 더 중요하다는 게 요즘 골프 스윙 연구가들의 조언입니다. 운동역학 권위자인 권영후 미국 텍사스여대 교수는 다리와 엉덩이를 최대한 활용할 것을 권합니다. 백스윙 때 왼쪽 다리를 쭉 펴 왼쪽 엉덩이가 오른쪽 엉덩이를 밀어올리고, 다운스윙 때는 반대로 오른쪽 다리를 쭉 펴 오른쪽 엉덩이가 왼쪽 엉덩이를 하늘 방향으로 밀어올리게 하는 방식입니다. 장타자인 저스틴 토머스가 비거리를 낼 때 무의식적으로 하는 동작인 ‘지면박차기’ 원리와 같습니다. 권 박사는 “지면을 박차는 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스윙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스위트스폿 1㎝ 벗어나면 12야드 손해
탄도가 아무리 좋고, 스핀양을 아무리 줄여도 볼 스피드가 줄어들면 소용이 없습니다. 스핀양과 탄도가 이상적일 때 볼 스피드는 비거리의 70%가량을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볼 스피드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세게 때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겁니다.
귀가 따갑게 들었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게 스위트스폿에 정확하게 맞히는 일입니다. 스위트스폿 지점에서 1㎝만 벗어나도 12야드를 손해 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좌우 스웨이(sway)가 심한 스윙보다는 동작이 훨씬 간결한 ‘제자리 회전 스윙’이 좋습니다. 공을 정확하게 때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KPGA 장타자 김홍택 프로가 좋은 예입니다. 그는 왼쪽다리에 체중을 실어 놓고 제자리에서 백스윙한 뒤 공을 때립니다. 그러고도 320야드가 거뜬합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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