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파버카스텔 vs 지멘스

입력 2018-05-09 17:41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 김낙훈 기자 ] ‘별이 빛나는 밤’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바람의 신부’를 그린 오스카 코코슈카, 샤넬의 부흥을 이끈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 이들의 공통점은 파버카스텔 필기구 애용자였다는 점이다.

지난달 하순 찾은 파버카스텔 독일 슈타인 공장은 고색창연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뉘른베르크 부근에 있는 이곳에 들어서자 넓은 잔디밭과 우람한 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왔고 개울가엔 뾰족 지붕을 인 독일식 전통주택이 줄지어 서 있었다. 중앙에 있는 ‘파버카스텔성(城)’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열린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때 월터 크롱카이트 등 세계 각지에서 온 기자들을 위해 쓰이기도 했다. 이 회사의 주생산품은 ‘4차 산업혁명’과는 거리가 먼 연필 색연필 만년필 등이다. 공장 안에선 기계로 나무를 깎고 홈을 판 뒤 가느다란 원통형 흑연을 넣어 연필을 완성한다.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해야"

이곳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은 스마트팩토리의 대표 주자다.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PLC)’ 등을 제조하는 이 공장은 각종 센서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등을 바탕으로 스마트공장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들 두 공장은 공통점이 전혀 없는 듯하다. 생산 제품이 다르고 시장도 다르다. 파버카스텔이 전통 산업의 상징이라면 지멘스는 첨단 산업의 선두 주자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장수기업’이라는 점이다. 파버카스텔은 1761년 창업했다. 모차르트가 신동 기질을 발휘하기 시작하던 다섯 살 때다. 올해로 257년째다. 지멘스는 1847년 창업했다. 17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또 하나는 ‘혁신’이다. 파버카스텔은 연필에 친환경 도료를 사용해 어린이들이 입에 넣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막았다. 1908년에는 60가지 색상을 지닌 색연필을 출시했다. 수채화 빛깔까지 섬세하게 구현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연필과 지우개, 연필깎이가 일체화돼 있으면서도 디자인적으로 뛰어난 제품을 내놨다. 이런 개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필기구에 무슨 혁신이 필요할까’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쓰기 편하고 잉크가 잘 마르며 색감이 좋은 제품을 내놓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게 바로 파버카스텔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연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일궈내고 있다.

혁신과 글로벌화가 관건

지멘스 암베르크는 하루아침에 스마트공장이 된 게 아니다. 이곳에서 만난 지멘스 관계자는 “수십 년 동안 토론과 연구 끝에 기술을 개발하고 공정을 개선하며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첨단공장이지만 ‘지금야말로 혁신할 때’라는 구호를 내걸 만큼 이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또 다른 공통점은 ‘글로벌화’다. 파버카스텔은 10여 개국에 생산 공장, 20여 개국에 해외 지사를 운영하며 120개국에서 팔고 있다. 전기·전자업체인 지멘스는 약 200개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 3월 한국의 공장가동률이 70.3%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 파버카스텔과 지멘스는 한국 기업에 전통 기업이건 첨단 기업이건 ‘혁신’과 ‘글로벌화’만이 살길이라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혁신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뛰어넘는’ 수준의 가치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 장수기업으로 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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