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엘리엇 악연'… 15년 소송 시달리다 투자금 15배 물어줘

입력 2018-05-0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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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일 기자 ]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엘리엇 등 헤지펀드와의 질긴 악연이 다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에도 1000억달러 규모 달러화 채권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1990년대 후반 엘리엇을 비롯해 NML캐피털과 아우렐리우스캐피털 등 헤지펀드는 62억달러 규모의 아르헨티나 국채를 사 모았다. 당시 아르헨티나가 발행한 달러화 표시 채권 가격은 폭락했지만 헤지펀드들은 투자금 이상을 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채권을 매입했다. 엘리엇도 약 3억달러를 투자해 액면금액 15억달러어치의 국채를 확보했다.

아르헨티나는 디폴트를 선언한 뒤 채권자와 채무 상환 협상을 벌였다. 글로벌 은행 등 채권자의 93%(금액 기준)는 채권의 30%만 받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헤지펀드들은 합의를 거부하고 잇따라 소송을 냈다. 소송 관할은 채권을 발행한 미국 뉴욕 법원이었고, 헤지펀드들은 세계 곳곳에서 아르헨티나 국가 자산을 압류하기 시작했다. 2012년엔 헤지펀드가 아프리카 가나에서 아르헨티나 군함 3척을 압류하는 초유의 사건도 벌어졌다.

아르헨티나는 2015년 우파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엘리엇 등과 협상을 벌여 이듬해 원리금의 75%인 46억53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엘리엇은 투자금의 10~15배를 돌려받아 원금과 이자는 물론 소송비용까지 모두 챙겼다. 헤지펀드와의 채무 협상에 15년이나 끌려다니는 사이 재정적자를 해결하지 못했고 위기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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