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도에 생산기지 구축
1주일이면 매장서 판매 '속도경영'
매출·수익 책임지는 '점장책임제'
팔릴 만한 제품 진열해 객단가↑
짱구 파자마 등 잇단 '히트 상품'
이랜드리테일 내년 상반기 IPO
[ 민지혜 기자 ] 이랜드그룹이 턴어라운드하고 있다. 한때 400%에 육박하던 부채비율은 200% 밑으로 떨어졌다. 2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수익경영의 기반을 회복했다는 평가다. 비효율적 매장을 닫고 점장책임제를 도입하는 등 ‘내실’을 기한 덕분이다. 특히 자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스파오’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패션업체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비용 낮추고 생산성 높이고
이랜드그룹은 중국 사업 부진으로 2013년 순차입금이 3조5404억원까지 늘고 부채비율이 398%에 달했다. 이랜드리테일의 IPO를 추진했지만 투자자들로부터 “재무구조를 먼저 개선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캐주얼 브랜드 ‘티니위니’를 8700억원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7000억원에 각각 매각했다. 올 들어 국내에서 운영하던 티니위니 매장 10여 개도 모두 닫았다.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 투자하고 싶은 회사로 변신해야 한다는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주문에 따른 것이다. 작년 말 부채비율이 198%로 낮아졌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300억원을 올린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작년보다 10% 이상 증가한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회사 관계자는 9일 “패션업계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은 그만큼 사업의 수익구조가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그룹이 주력으로 키워온 브랜드 스파오의 ‘속도경영’ 노력이 성과를 냈다. 스파오는 SPA 브랜드의 특성상 판매가가 낮기 때문에 생산원가를 낮춰야 했다. 2009년 베트남 탕콤에 있는 연간 300만 장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인수했고, 2010년 인도 무드라에 있는 연간 100만 장의 셔츠를 만드는 공장을 사들였다. 디자인을 공장에 넘겨 옷을 생산해 매장까지 가져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였다. 기획부터 매장 판매까지 보통 2주, 이르면 1주일밖에 걸리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옷 한 벌당 수천만 장씩 생산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 ‘H&M’처럼 빠른 생산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유행하는 디자인을 합리적 가격대 제품으로 발 빠르게 내놓자 매출도 올랐다. 스파오의 매출은 2009년 100억원에서 이듬해 350억원으로, 지난해엔 3000억원으로 뛰었다.
내년 이랜드리테일 상장
매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점장책임제를 시범적으로 스파오에 도입했다. 보통 패션 매장 점장은 상품 진열과 직원 관리, 재고 파악 등의 역할만 한다. 하지만 스파오의 모든 점장들은 매출과 수익을 책임지는 독립경영 시스템으로 매장을 관리한다. 어떤 옷이 잘 팔리는지, 매장 위치별 제품 배치는 적절한지, 재고가 부족하진 않은지, 객단가(고객 1인당 구매액)는 얼마인지 등을 체크한다. 잘 팔릴 만한 제품을 빠르게 들여놓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 결과 스파오의 객단가는 올해 5만2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0% 올랐다. 또 ‘짱구 파자마’가 출시 6개월 만에 15만 장 이상 팔리는 등 ‘히트’ 상품도 줄줄이 나왔다. 올봄에 출시한 ‘트러커 재킷’과 ‘체크재킷’은 출시하자마자 3만 장 이상 팔렸고 3월에 내놓은 반팔 티셔츠는 7만 장 이상 판매됐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스파오 점장과 직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라며 “성과 인센티브 제도로 회사와 직원 모두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은 점장책임제를 다른 브랜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랜드그룹은 수익경영 기반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한국투자증권, KB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해 내년 상반기 이랜드리테일의 IPO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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