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애물단지 B급 취급 받던 탑상형, 이제는 '보물단지'

입력 2018-05-10 09:37  

탑상형, 판상형보다 청약 경쟁률 높아
"전략적 청약, 분양가 차이 등이 이유"



청약 시장에서 B·C·D타입의 인기가 뜨겁다. 주로 탑상형(타워형) 평면으로 설계되는 이들 타입은 판상형 구조의 A타입에 비해 청약 경쟁이 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B·C·D타입의 경쟁률이 A타입을 압도하는 현장이 속속 등장했다. 이유가 뭘까.

◆도심서 탑상형 공급 늘어

판상형은 각 호수를 일(一)자형으로 배치하는 구조다. 탑상형은 코어를 중심으로 둥글게 배치하는 구조다. 주사위에 비유해보면 판상형은 주사위 여러개를 일렬로 배치한 모양이다. 탑상형은 주사위를 정사각형 모양 삼각형모양 등으로 모은 구조다. ‘ㅁ’자 형이 대표적인 구조다. 요즘에는 ‘X’자형, ‘Y’자형 등도 흔하다.

판상형의 창문은 평면 앞뒤로 난다. 맞통풍이 가능해 환기가 잘 되고, 일조량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평면만 활용할 경우 단지 각 주동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외관이 단조로워 ‘성냥갑’ 단지라 불리기도 한다. 단지 주동이 길게 늘어서게 되 건축 부지가 충분히 넓어야 이 설계를 적용할 수 있다. 조망 범위도 제한된다. 앞동이 뒤쪽 동의 조망·일조를 가려서다.

이에 반해 탑상형 평면에서 창문은 ㄱ,ㄴ 형태로 배치된다. 전면부와 측면에 창문을 다는 것이다. 후면부가 다른 가구, 공용공간 등과 접하고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통풍과 채광이 취약하다. 그러나 주동 중앙을 중심으로 많은 가구를 배치할 수 있어 부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각 가구가 정면 대시 비스듬히 바라보는 식으로 배치돼 조망권 확보도 수월하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는 판상형 평면이 많다. 새로 조성하는 신도시에도 판상형이 많다. 넓은 부지에 상대적으로 적은 가구수를 배치하는 까닭이다. 반면 요즘 주요 재건축 재개발 단지는 탑상형 평면이 많다. 한정된 부지에서 용적률만큼 최대한 가구를 늘리기 위해서다. 한강변이나 공원 근처 단지는 조망권 가구를 늘리기 위해 탑상형을 택한다.

통상 건설사는 판상형 구조로 설계한 평면을 'A타입'으로 분류해 분양한다. 가장 대중적으로 선호되서다. 그외 탑상형 등으로 설계한 평면은 B·C·D 타입 등으로 분류한다. 탑상형도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내부 구조가 달라진다. 심지어 F타입까지 있는 경우도 있다.

◆탑상형 인기 폭발

지난 3월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59㎡B는 총 7가구 모집에 429명이 몰려 61.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59㎡A의 경쟁률 29.81대 1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당첨 가점 커트라인도 B타입이 65점으로 A타입(55점)을 압도했다. 가점 평균 역시 B타입(68.29점)이 A타입(60.81점)보다 8점 가까이 높았다.

전용 59㎡A는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3베이 판상형 평면으로 설계됐다. 침실-거실-침실 등 3개 공간이 전면에 배치돼 채광이 우수하고 거실창과 주방창이 마주보고 있어 통풍이 잘된다. 반면 전용 59㎡B는 거실-안방 2개 공간만 전면에 배치돼 상대적으로 일조량이 적고 마주보는 창이 없어 맞통풍이 어려운 판상형 구조다.

국내 수요자들은 일반적으로 탑상형 평면보다는 판상형 평면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탑상형보다 볕이 잘들고 환기가 잘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아파트를 신규 분양할 때도 판상형 평면을 A타입, 탑상형 평면을 B타입으로 분류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용면적이 같더라도 타입별로 구조가 다른 탓에 청약 접수를 따로 받는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소장은 “탑상형 평면이 부부공간과 자녀공간을 분리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아직 수요자들에게 낯선 평면이고 채광, 통풍 등 고질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에서 분양한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의 경우, 전용 84㎡B 청약 경쟁률은 4.08대 1로 전용 84㎡A(11.2대 1)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최근 들어 B타입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청약 전략’과 관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8·2 대책 영향으로 중소형 아파트에 100% 가점제가 적용되면서 자신의 가점에 맞춰 당첨 전략을 짜는 수요자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분양권 강사 박지민 씨(필명 월용이)는 “작년까지는 탑상형이냐, 판상형이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구조가 별로더라도 ‘일단 당첨만 되고 보자’는 심리가 강해졌다”면서 “그래서 경쟁률이 그나마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탑상형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또’ 아파트로 꼽혔던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 청약 결과에서도 수요자들의 이런 심리를 엿볼 수 있다. 틈새 평면인 전용 76㎡의 경우, 탑상형 평면이 판상형보다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타났다. A타입 격인 전용 76㎡P(판상형) 청약 경쟁률은 14.33대 1에 머물렀으나 B타입 격인 전용 76㎡T(타워형)는 17.42대 1에 달했다.

총 분양가의 차이도 B타입의 인기에 영향을 미친 영향 중 하나로 꼽힌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서울 아파트 분양 가격이 워낙 높아진 상황이어서, 자금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탑상형을 선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같은 단지 내 같은 면적의 가구라해도 타입별로 많게는 수천만원의 분양가 차이를 보인다. 한 타입에만 청약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게 위해 분양회사들은 선호도가 낮은 B타입의 분양가를 A타입보다 낮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B타입이 인기를 모았던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의 전용 59㎡B 2~5층 총 분양가는 7억2500만원이다. 전용 59㎡A 같은층 분양가 7억9000만원보다 6500만원이나 낮은 가격이다. 전용 84㎡도 같은 층을 기준으로 B타입 분양가가 A타입보다 8200만원 저렴했다.

그러나 모든 분양 아파트가 판상형을 A타입, 탑상형을 B타입으로 분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규정이 없어 조합이나 건설사가 임의로 타입을 정할 수 있다. 일부 단지는 A타입에 탑상형 평면을 배정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에서 분양한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와 ‘e편한세상 보라매 2차’는 탑상형 평면을 A타입으로 분류했다.

한 건설사 분양소장은 “구조적으로나 향·배치 등에서 탑상형 평면의 경쟁력이 약할 경우, 의도적으로 탑상형을 A타입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선거에서 ‘모르면 1번’을 찍게 되는 심리를 이용한 분양회사의 꼼수”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분양 관계자는 “구조와 상관없이 가구수가 가장 많은 평면, 소수점까지 고려한 전용면적이 가장 큰 평면을 A타입에 배치하는 사례도 있다”면서 “수요자들은 청약 전 반드시 내가 원하는 구조와 타입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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