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개선 '채찍질'
"지분 투자 원천봉쇄 땐 신사업·업종 전환 막힐 수도"
[ 고재연 기자 ] “지배주주 일가는 가능하면 그룹의 주력회사 주식만 보유하고, 비주력·비상장 회사의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장기적으로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 그룹과의 간담회에서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제약하는 것은 쉽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총수 일가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 지분 대신 비주력 계열사·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가 법률 조항에 없는 과도한 규제를 민간 기업에 적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공정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이노션, SK그룹의 SK실트론, LG그룹의 판토스와 친족 기업인 희성그룹, 한화그룹의 한화S&C 등 대기업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주목해왔다. 김 위원장은 ‘자발적인’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등 상당수 대기업이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부응해왔다. 그럼에도 공정위원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비주력·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주식을 모두 매각하라는 발언을 내놓자 재계는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주력 회사’와 ‘비주력 회사’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항변했다. 대기업의 이종 산업 진출이 과거의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산업 간 융합을 위한 선제 투자라는 이유에서다. 시장에 미칠 충격이나 부작용도 크다. 김 위원장 요구대로라면 오너들이 보유 지분을 계열사나 제3자에 팔아야 한다. 삼성SDS(17.01%), 현대차그룹 계열 이노션(29.99%), SK실트론(29.4%)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계열사가 매입하면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이 줄어든다. 그룹 외부로 경영권을 팔면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사라진다.
투자 리스크가 있는 신산업에 재벌 오너들이 직접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책임 경영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투자가 실패하면 대주주가 책임지는 구조”라며 “총수 일가의 비주력 계열사 주식 보유를 ‘좋다, 나쁘다’라는 단선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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