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6월 위기설'…한국은 무풍지대라고?

입력 2018-05-10 18:06   수정 2018-05-10 18:06



(김은정 경제부 기자)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 ‘금융위기’. 요즘 경제 전문가들을 만나면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터키 등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신흥국의 자금 유출 사태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Fed는 지난 3월에 이어 다음달 추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Fed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심화하자 신흥국 통화와 금융자산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신흥국은 통화가치 급락으로 인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까지 확산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신흥국 ‘6월 위기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배경입니다.

통화가치 하락과 이에 맞물린 외국인 자금 유출은 최근 신흥국들의 공통된 현상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연 3%를 뚫고 계속 오를 조짐입니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는 연일 호조를 띠고 있고요. 이렇다 보니 신흥국 투자 자금이 좀 더 안전하고 수익이 높은 미국 등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겁니다.

아직 한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신흥국도 차별화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신흥국들은 지속적으로 ‘위기 알람’이 울린 국가들이었지만 한국은 경상수지가 7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대외건전성이 탄탄하다는 설명입니다. 외환보유액도 40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스위스 등 주요국과 ‘외환 안전판’인 통화스와프도 줄줄이 체결했고요.

과거 사례를 봐도 그렇습니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처음 거론하자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국 주식시장과 통화가치가 곤두박질쳤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주식과 채권시장에는 오히려 외국인 투자 자금이 들어왔습니다.

한국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대규모 자금 이탈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에 한정될 뿐 한국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7원80전 내린 달러당 1073원10전에 마감했습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달 30일(달러당 1068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졌다는 건 그만큼 원화 가치는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남북한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원화가 강세를 띤 겁니다.

한 때 달러당 1050원대까지 내려왔던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107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 급격한 원화 약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당 부분 완화된 덕분일 겁니다.

국내 증시에도 이날 자금이 몰리면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18포인트(0.83%) 오른 2464.16으로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지수도 4.08포인트(0.48%) 오른 854.93으로 마감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만도 없습니다. 신흥국들이 비틀거리면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 그 여파가 한국 경제에도 전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연말로 갈수록 한국과 미국간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고, 지금의 신흥국 불안이 가중된다면 한국 금융시장도 언제까지 무풍지대일 수만은 없을 겁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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