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 펀드' 속속 등장

입력 2018-05-10 18:42   수정 2018-05-11 05:02

"주가 오르기 기다리지 않고 나서서 끌어올린다"

KB 주주가치포커스 펀드
컴투스·광주신세계·골프존 등
보유 기업에 의견 적극 개진
라임·밸류파트너스도 운용중



[ 나수지 기자 ] 투자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는 등 사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다.

◆“주주권리 행사해 저평가 해소”

KB자산운용은 지난 3월 주주행동주의를 지향하는 ‘KB 주주가치포커스’ 펀드를 내놨다. 2012년 ‘장하성 펀드’로 불린 라자드자산운용의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가 청산한 뒤 나온 첫 주주행동주의 공모펀드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후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올 1월 컴투스에 유상증자 자금 사용 계획 등을 공개질의한 데 이어 지난 25일 광주신세계에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 답변을 요구했다. 지주사의 적자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한 골프존에는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을 내 인수계약 취소를 이끌어냈다. 모두 KB 주주가치포커스가 담고 있는 종목이다.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은 “기존 가치주 펀드는 좋은 기업을 쌀 때 매수해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을 활용했다”며 “주주가치포커스 펀드는 주주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저평가가 해소되는 시점을 앞당기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가운데선 라임자산운용과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주행동주의 펀드를 운용 중이다. 밸류파트너스운용은 지난 3월 아트라스BX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와 손잡고 배당 확대, 감사임원 선임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제기하기도 했다.

◆투자금액 아직은 소규모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투자 규모는 작다. KB 주주가치포커스는 출시한 지 한 달 남짓 지났지만 설정액이 17억원에 불과하다. 라임자산운용의 ‘라임-서스틴 데모크라시’(16억원),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의 ‘행동매(梅)주식’(51억원) 등도 크지 않다.

수익률은 엇갈린다. KB 주주가치포커스는 출시 이후 한 달여 동안 3.3%로 순항하고 있다. 밸류파트너스운용 상품은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5.18%, 라임자산운용 상품은 같은 기간 -1.33%로 소폭 손실을 냈다.

지분 확보가 유리한 중소·중견기업에 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한계로 거론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통상 한 펀드가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5~10% 안팎의 지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헤지펀드운용사 대표는 “국내 운용사가 출시한 행동주의 펀드는 운용 규모가 작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 주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기업 규모가 클수록 주주행동주의 펀드 전략을 관철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가 자리잡으려면 운용 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는 얘기다.

● 주주행동주의

지분을 사들인 뒤 구조조정, 배당 확대 등 해당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해 수익을 내는 적극적인 투자 방식.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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