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매매 주문한도 축소… '팻 핑거' 막는다

입력 2018-05-10 18:50   수정 2018-05-11 06:44

금융당국 '삼성證 배당사고' 재발 방지책 이달 內 발표

1회 주문 한도 축소
상장주식 수의 5% 미만서 2~3% 수준까지 낮춰
금액기준 신설…1000억 이하로

배당 관련 업무 전산화 추진
증권사 자기매매 규제 강화
공매도 개선안은 내달 발표



[ 조진형/하수정 기자 ]
금융당국이 증권시장의 ‘팻 핑거(fat finger: 주문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대량매매 주문 한도를 줄이기로 했다. 배당 지급과 같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업무도 전산시스템으로 대체한다. 증권사 직원들의 대량 주식 주문을 차단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자본시장 신뢰를 무너뜨린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의 재발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삼성증권 배당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이달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팻 핑거를 막는 데 있다. 삼성증권 사고로 대형 증권사에서도 치명적인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우선 대량매매 주문 한도를 줄이기로 했다. 초대형 팻 핑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한국거래소 업무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1회 주문 한도(호가 입력제한)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 상장주식 수의 5%로 제한돼 있다. 금융위는 이 한도를 2~3% 수준까지 낮출 예정이다. 금액 기준도 신설해 1000억원 이상 주문을 제한할 예정이다. 시가총액 331조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같은 종목은 2%만 해도 6조원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거래 취소권’ 부여는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일본 등의 거래소는 팻 핑거 사고 대비책으로 강력한 거래 취소권이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문 사고가 발생하면 거래 자체를 무효화해 시장 피해를 줄이는 제도다.

실시간으로 증권사의 주식 입고 적정성을 모니터링하는 전산시스템도 갖추지 않기로 했다. 효과 대비 기회비용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대신 인재(人災)를 막기 위해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것을 전산시스템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삼성증권 사고도 배당 입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비롯됐다. 배당 지급 및 증자 등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전산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협회의 금융사고 모범 규준도 강화된다.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배당업무와 관련된 업무매뉴얼이 없었고, 금융사고 등 우발상황에 대한 위험관리 비상계획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 기준도 새로 마련된다. 일정 규모 이상 매매에 대한 사전 승인 절차를 강화할 예정이다. 삼성증권 직원 21명이 2000억원에 이르는 ‘유령주식’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전 승인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대책 관련 태스크포스(TF)팀 관계자는 “전산으로 직원 매매를 무조건 제한하면 전체 투자자의 주문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기존 내부통제 시스템하의 모든 매매 패턴을 분석해 합리적인 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공매도와 관련한 제도 개선안은 별도로 마련해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증권 사태 이후 공매도와 관련한 청와대 청원이 20만 건을 넘어선 데 대한 정부 답변의 일환이다. 기관과 개인투자자 간 공매도 정보 격차 등 불합리한 제도 측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완만하게 조정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진형/하수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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