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한국금융학회 공동 심포지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많은 中企 한계상황 돌입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같은
졸속 재정투입 정책보다
EITC 확대가 더 효과적
정규직 전환만 추진했지
공공기관 호봉제 그대로
직무급제 도입 제자리걸음
[ 김일규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지난 1년간 추진했던 경제정책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이에 따른 영세업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정을 투입한 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폭을 낮추고, 대신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공공기관이 서둘러 호봉제 대신 직무급제를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작년 성장, 현 정부 공(功) 아니다”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금융학회는 1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한국 경제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공동 정책심포지엄을 열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장 먼저 나서 지난 1년을 자평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경제가 3.1% 성장했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했다”며 “2년차엔 삶의 질을 개선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의 평가는 인색했다. 패널 토론에 나선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작년 3.1% 성장은 현 정부의 공으로 돌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 성장세 확산에 따른 것이지 정부가 잘해서 성장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비판도 이어졌다. 송 교수는 “많은 중소기업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노동비용 상승을 흡수할 능력이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최저시급이 1만원이 되면 연봉 8000만원 근로자도 최저임금을 받는 셈이 된다”며 “최저임금은 아르바이트 노동의 최저 보호로 기능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직무급제 적용해야”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재정으로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 사업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조 교수는 “일자리안정자금 같은 졸속적인 제도보다는 EITC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ITC는 일하는 저소득층에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제도다. 토론에 앞서 주제발표를 한 이제민 연세대 명예교수도 “최저임금 인상과 EITC의 조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부분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호봉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을 정부가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정부는 호봉제를 대체하기 위해 청소, 경비 등을 대상으로 직무급제 중심 임금체계를 내놓긴 했지만 노동계 눈치를 보느라 밀어붙이지 않고 있다. 조 교수는 “청소 직종의 서울 지역 최고 호봉은 208만원, 전남 지역은 433만원으로 차이 나고 같은 청사인데 A동과 B동의 청소원 월급 격차가 100만원 이상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청사진이 없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송 교수는 “규제 완화를 통한 서비스업 생산성 제고와 과감한 부실기업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주제발표를 한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도 “정부가 혁신성장 관련 정책 방향을 더욱 명확히 제시하고, 신속하면서도 일관된 정책 실행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긴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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