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6월 신흥국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로 인한 신흥국발(發) 금융위기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11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신흥국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고, 한국 증시에 미칠 파장도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아르헨티나와 함께 터키 증시가 한 달만에 10% 이상 하락했고,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탈이 빨라지고 있다. 이달 3~9일 글로벌 펀드 동향을 분석한 결과,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15억6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채권형 펀드 역시 신흥국 펀드에서는 21억1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반면 선진국 주식형 및 채권형 펀드로 각각 51억5000만달러, 9억50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달러화 강세에 신흥국 금융시장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로는 부채가 꼽힌다. 신흥국 국가의 총 부채 규모는 51조8000억달러로 2007년 12월 말 대비 207% 증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경상수지 적자 등 신흥국 경제가 안고 있는 경제 취약성과 정치 불안정성이 역시 달러화 강세 현상과 맞물려 신흥국 금융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강세, 양호한 중국 경기와 추가적인 달러화 강세 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 등을 근거로 들어 신흥국 금융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이 재연될 가능성은 아직 낮다"며 "이번 달러화 강세 기조는 유로화 급락이 큰 원인이었지만 유로화의 급격한 약세를 초래한 요인들이 소멸되면서 유로화 가치가 점차 1.2달러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 통화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유럽경기 둔화에 따른 유로화 약세 흐름, 미국 기업 달러화 수요 등이 반영돼 있다"며 "달러화 강세가 이머징(신흥국) 국가 전반의 외화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IMF 기준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인도·러시아·브라질·태국·폴란드·인도네시아·중국·터키·멕시코·말레이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2개 신흥국의 적정 외환보유액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을 추정한 결과, 주요 국가들은 IMF 권고안을 충족하고 있다고 박 연구원은 분석했다. 말레이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외한 10개국이 권고안에 부합하거나 웃도는 수준을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한국도 해당 수치가 131%를 기록해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12개국의 전체 외환보유액 적정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67%로 IMF가 권고하는 100~150%를 충족하고도 남는다"며 "말레이시아(82%)와 남아프리카공화국(78%)의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을 밑돌지만 전반적으로 신흥국 내에 풍부한 외환보유액이 있기 때문에 유사시에는 달러화 스와프를 통해 부족한 달러화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의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만큼 이번 사안이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달러화 강세 기간에는 신흥국 통화가 무차별적인 약세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신흥국 통화의 움직임이 차별화되고 있고, 원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신흥국 위기설이 국내 증시에 외국인이 매도 공세의 주된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국내 증시는 여타 신흥국 대비 상대적으로 안전구간 내 머물러 있어 추가 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최근 자국 내 통화 가치가 폭락한 아르헨티나는 20%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과 경상수지 적자 확대가 주요 자금 유출 요인이었다"면서도 "국내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42bp)은 신흥국 대비 낮은 수준이고,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 중"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주가 흐름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벌크선운임지수(BDI)가 반등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6월12일로 확정되면서 관련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의 국내 금융시장 전이를 방어해주고, 국내 증시 반등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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