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중 민족 지도자 벤 구리온은 영국과 협상을 통해 옛 유대 땅에 이스라엘 건국을 약속받았다. 이 과정에서 유대 금융의 ‘큰손’으로 꼽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은 영국에 전쟁비용을 제공하며 측면지원에 나섰다.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대인들도 국제사회의 공조를 끌어내는 데 힘을 모았다.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해 아랍연합군의 공격으로 시작된 1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로 1973년 4차 중동전까지 전면전을 여러 차례 치렀다. 지금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란, 시리아 등과 끝없는 분쟁을 겪고 있다. 엊그제도 골란고원에서 미사일 공방을 벌였다.
22개 아랍국가 중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은 나라는 이집트와 요르단뿐이다. 사방의 적국과 싸워 이기고 경제를 발전시킨 힘은 뛰어난 인재와 기술력이다. 이 덕분에 인구 800만 명, 전라도만 한 사막국가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변모시켰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첨단산업도 비약적으로 키울 수 있었다.
이보다 더 큰 힘은 최강의 동맹인 미국과의 방위조약에서 나왔다. 미국 내 유대인은 650만여 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구글, 페이스북, 골드만삭스, 스타벅스 등 세계적인 기업을 창업했다. 세계 4대 통신사인 AP·AFP·로이터·UPI와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NBC·ABC·CBS방송도 유대인 소유다.
‘신(神)의 조직’으로 불리는 AIPAC(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는 미국 최대 로비 단체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연례총회에는 미국 대통령이 참석해 개막연설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건국일인 오는 14일 텔아비브 주재 미국 대사관을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으로 옮기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이스라엘 군의 경쟁력 또한 최강이다. 이들은 신병훈련 때 “다시는 마사다가 함락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국가 수호의 비장한 결의를 다진다. 똑같이 건국 70주년을 맞는데도 ‘건국절 논쟁’ 등으로 국력을 허비하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