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1만2500시간의 '의도적 휴식'

입력 2018-05-13 17:46  

인간이 고도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네 시간이라고 한다. 노벨상 수상작가 토마스 만은 아침나절 네 시간만 작품에 몰입하고 나머지 시간은 쉬었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작가 노먼 매클린 역시 오전에만 일했다.

말콤 글래드웰도 《아웃라이어》에서 하루 네 시간씩(주 5일) 10년간 1만 시간을 몰입하면 그 분야의 최고가 된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강조했다. 이는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들의 실력이 1만 시간 이상의 피나는 연습에서 나왔다는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실리콘밸리 컨설턴트이자 스탠퍼드대 연구원인 알렉스 수정 김 방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베를린 음대 바이올린 전공자 가운데 상위권의 연습시간은 하루 평균 네 시간으로 비슷했지만, 휴식시간은 다른 사람보다 한 시간씩 더 많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최근 번역된 책 《일만 하지 않습니다(원제: Rest)》에서도 그는 “중요한 것은 1만 시간의 의도적인 연습 뒤에 1만2500시간의 의도적인 휴식이 있었다는 사실”이라며 “진짜로 일을 잘하려면 ‘의도적 몰입 시간’의 1.25배에 해당하는 ‘의도적 휴식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가 말하는 ‘의도적 휴식’의 비결은 ‘완벽하게 쉬고 집중적으로 일하는 법 여섯 가지’로 연결된다. 하루 네 시간을 온전히 집중하고, 아침 시간과 산책, 낮잠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의도적 멈춤’을 실천하고, 창의력과 기억력을 높이는 수면 효과를 충분히 누리라는 것이다.

창의적인 작가나 과학자, 사상가들의 성취도 농업적 근면성보다는 창조적 휴식에서 싹텄다고 한다. 헝가리 발명가 루비크 에르뇌는 다뉴브강변을 걷다가 두뇌놀이 기구인 ‘루빅 큐브’를 창안했다. 베토벤은 몇 시간씩 거리를 서성거린 끝에 ‘전원교향곡’을 작곡했다.

걷기만큼 효율적인 것이 낮잠이다. 윈스턴 처칠은 낮잠을 평생의 ‘휴식 규칙’으로 지켰다. 그는 해군장관으로 있던 1차 세계대전 중에도 매일 낮잠을 잤다. 독일군의 공습을 받을 때조차 점심식사 후 작전본부 안의 다른 방에서 한두 시간씩 잤다. 2차 대전 때도 그랬다.

알렉스 수정 김 방은 이런 사례와 함께 “일이 잘될 때 잠시 멈춰 창의력의 샘물을 다시 퍼올리고, 밤에는 일곱 시간 이상 충분히 자면서 몸과 마음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것이 창의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휴식은 일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일의 동반자이며, 창의적인 성과를 내도록 돕는 조력자라는 얘기다.

“휴식 없이 일만 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소설로 쓰면서 한쪽만 쓰는 것과 같다”는 멋진 표현도 그런 ‘의도적 휴식 시간’에서 건져 올린 문장이 아닐까 싶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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