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징벌·편가르기식 세금인상으로 '재정 메우기' 안 된다

입력 2018-05-13 17:48  

강병구 재정개혁특별위원장이 세제 개편 권고안의 큰 그림을 공개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강화, 법인세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확대,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등이 골자다. 지난해에 이어 ‘2차 부자 증세’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조세개혁 방향을 논의하는 기구로, 정부는 특위가 6월 말 내놓을 권고안을 토대로 세법 개정안을 만들 계획이다.

강 위원장은 “부동산 보유세가 공정과세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공시가격 9억원(1주택 기준)인 종부세 부과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시사했다. 또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에 따라 최저한세율도 연동해 올리고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 기준을 낮춰 누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세금은 크게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안정적인 재정 확보와 소득 재분배다. 그런데 강 위원장 생각은 “가진 자와 대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자”는 데만 머물러 있는 듯하다. 지난해 세제 개편도 마찬가지였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창출, 아동수당 등 천문학적인 세금을 퍼부어야 하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에 소요되는 장기적 재정확보 방안은 세제 개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세금을 통한 소득 재분배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이 세제 개편의 목적일 수는 없다. 그것이 국민들의 편을 가르고 가진 자에 대한 벌주기식이라면 더욱 곤란하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이 50%에 육박하는데도 면세자 축소 방안은 외면한 채 이미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기업과 사람들에게 더 걷겠다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 의문이다. 누진과세도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 원칙이 지켜지는 전제하에서 그 존재 이유가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감세로 호황을 구가하는 중에 나홀로 ‘부자 증세’를 계속 밀어붙이는 게 옳은지도 따져봐야 한다. 만약 재정 수요 급증으로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솔직하게 필요성을 설명하고 그에 합당한 증세를 논하는 게 순서다. 고소득자와 대기업만 자꾸 더 내라는 ‘로빈후드’식 세제 개편은 정치적으로 박수를 받을지는 몰라도 세수 효과가 크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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