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안통해도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게 '소통의 비결'
[ 조희찬 기자 ] 아일랜드 출신 셰인 코머(사진 오른쪽)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3년째 캐디백을 메고 있는 ‘한국 선수 전문’ 캐디다.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최나연(31)과 우승을 일궈낸 경험도 있다. 13일 경기 용인의 수원컨트리클럽에서 끝난 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만난 그에게 한국 선수들의 특징을 묻자 “한국 선수들은 화를 잘 참고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선수마다 다르지만 최소한 내가 맡은 선수들은 골프 클럽을 10번 땅에 내려찍어야 할 상황에도 놀랍도록 화를 잘 참았다”고 돌아봤다. 또 “경기가 풀리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안에서 화를 삭이며 끝까지 경기하는 끈기 같은 게 느껴진다”며 “그럼에도 선수가 화가 나는지 알아채야 하는 게 내 일이기 때문에 경기 내내 선수의 얼굴을 잘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코머는 새로운 선수와 함께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성향 파악’이다. 선수의 성격뿐 아니라 평소 샷할 때 행동도 유심히 관찰한다. 그린 위에서 퍼트 라인을 관찰할 때도 마찬가지. 홀을 지나가게 퍼트하는 선수와 라인을 충분히 태우는 선수, 적당한 힘을 가하는 선수 중 자기 선수가 어떤 유형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는 “선수의 퍼트 스트로크 세기에 따라 라인도 달라진다”며 “그린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그다음”이라고 강조했다.
코머는 최나연 이후 김해림(29·삼천리)과 조정민(24·문영) 등 KLPGA투어 톱랭커들과 함께했다. 지금은 장은수(20·CJ)를 돕고 있다. 그는 한국 선수들과 오랜 시간 함께하는 비결로 대화를 꼽았다. 그는 선수가 흥분하지 않고 다시 경기에 집중하도록 돕는 좋은 도구가 대화라고 강조했다.
코머는 “골퍼가 흥분하면 어떤 주제든 골프와 관련 없는 이야기를 꺼낸다”며 “음식이나 쇼핑 등 최근에 했던 일 중 재미있는 주제로 이야기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영어를 못해 말이 안 통하는 선수도 있지만 내 아내가 한국인이라 선수의 말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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