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성의 블로소득] 해외서 몸집 커지는 가상화폐, 역행하는 법무부?

입력 2018-05-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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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거래소 폐쇄' 거짓 발표 전적
사기 입증 못하면 책임론 면하기 어려울 듯





글로벌 기업들이 블록체인 투자에 앞장서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법무부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암호화폐 거래 활성화를 주장하던 윤석헌 전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취임하며 훈풍을 예고했지만, 최근 법무부는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사기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시장 충격은 컸다. 코인네스트에 이어 업비트마저 장부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비트코인 가격은 80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업비트가 실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나온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거래소가 판매중개만 할 수 있는지 판매도 할 수 있는지 규제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일반 사기죄로 처벌하려면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해야 하는데, 이용자의 인출 요구에 응했다면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의 분위기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최근 페이스북은 블록체인팀을 꾸리고 관련 사업 추진에 나섰다. 자체 가상화폐(암호화폐) 발행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페이스북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긍정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페이스북은 암호화폐공개(ICO)를 “오도하거나 기만적인 금융상품”으로 규정하며 관련 광고를 차단한 바 있다. 신사업 추진이 서너 달 만에 이뤄질 수 없음을 감안하면, 자체 블록체인을 신사업으로 결정한 뒤 잠재적 경쟁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광고를 중단한 이중적 플레이로 해석 가능하다.

구글 역시 페이스북과 같은 행태를 보였다. 지난 3월 구글은 암호화폐와 관련된 모든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오는 6월 시행을 예고했다. 광고 금지 조치가 알려지고 일주일 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블록체인팀을 꾸리고 연구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술로서 블록체인과 금융으로서 암호화폐도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비트코인을 매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월가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비트코인 파생 금융상품 거래에 뛰어든다고 결정한 바 있다.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금지한 중국도 중국공업정보화부 산하 연구원을 통해 28개 암호화폐에 등급을 매겨 매달 발표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중국공업정보화부는 내년 블록체인 기술표준을 제정하고 글로벌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법무부가 거래소 폐쇄를 강하게 주장했던 기조를 바꾸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이전에도 박상기 법무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추진 중이며 부처간 이견이 없다는 거짓 발표를 해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적이 있다”며 “거래소들이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면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기가 아닌데 무리하게 압수수색을 단행했다면 법무장관과 정부 여당이 책임론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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