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살펴보니…
[ 심은지/좌동욱 기자 ] 포괄임금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은 통상임금, 퇴직금 등 다른 임금 소송들과 마찬가지로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0년 내린 판결을 통해 기존 포괄임금제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이 사건은 군인을 위한 복지지원단에 근무하는 근무원(군대에서 직접 고용한 민간인)이 초과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지급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복지지원단은 근무원들에게 시간 외 근무수당, 특별수당, 봉사료 등의 이름으로 임금을 일률적으로 지급했다. 포괄임금제를 적용한 것이다. 근무원은 수당 일부가 지급 중단되자 실근로시간을 산정해 차액을 달라고 요구했고 복지지원단은 이미 수당을 지급해왔다고 거부했다.
1심에선 원고인 근무원이 패소했다. 법원은 포괄임금제 관행을 그대로 인정해 추가지급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근무원들의 초과근로수당이 정상적으로 지급될 경우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춰서도 정당하지만 수당 중 일부가 중단된 이후에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므로 포괄임금계약은 무효”라고 봤다. 이후 대법원도 2심과 마찬가지로 “포괄임금에 포함된 수당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 수당에 미달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므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포괄임금 계약의 탄력적 운용을 허용하던 법원이 권리 남용 방지 쪽으로 선회한 기점이다.
이후 법원 판결은 일관되게 포괄임금제 허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2012년 11월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고, 단체협약 등 사전합의가 없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4년 12월 병원의 조리원·청소원·간호사 등이 낸 소송에서도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당을 추가 지급하도록 했다.
심은지/좌동욱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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