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7.5% 금리 제시해 투자자 눈높이 맞춰
≪이 기사는 05월15일(03: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DB생명이 2억달러(약 2100억원) 규모 해외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연 7%대 금리를 제시한 것과 최근 실적과 재무상태가 개선된 것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이 30년 만기 영구채 2억달러어치 발행을 위해 전날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아시아와 유럽 기관투자가 43곳이 약 4억달러의 매수주문을 냈다. UBS와 산업은행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영구채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를 늘리는 것이 가능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발행회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이자 지급이 중단된다. 발행회사가 청산하면 원리금 상환순위가 뒤로 밀려 일반 선순위 회사채보다 금리가 높은 편이다.
KDB생명이 이번에 발행하는 영구채 금리는 연 7.5%로 결정됐다. 최근 미국 채권금리가 크게 뛰면서 당초 시장 예상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영구채에 붙은 글로벌 신용등급은 ‘BB’(피치 기준)로 KDB생명 신용등급(BBB-)보다 두 단계 낮다.
IB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다보니 나중에 채권가격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지 않을 정도의 금리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KDB생명이 연 7%대 금리를 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춘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장기간 지속됐던 적자에서 벗어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KDB생명은 올 1분기 영업이익 4억6000만원, 순이익 36억원을 거두며 7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1월 산업은행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3044억원을 투입하면서 자산건전성이 개선된 것도 힘이 됐다.
지난해 말 108.5%였던 이 회사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올 1분기 154.6%로 상승,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넘겼다. KDB생명은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이 지표가 190%대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21년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 새 보험업 회계처리기준(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들의 부채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미리 자본을 쌓아 RBC비율을 끌어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IB업계에선 국내 보험사 중 재무상태가 취약한 곳으로 꼽히던 KDB생명이 해외에서 영구채 수요확보에 성공하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자본 확충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로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2위 손해보험사인 현대해상(5억달러)과 7위 생명보험사인 동양생명(3억~5억달러)이 오는 7월을 목표로 해외 영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자금조달 비용을 둘러싼 고민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KDB생명의 경우 앞서 연 4%대 금리로 영구채를 찍었던 교보생명 한화생명 흥국생명보다 발행금리가 3%포인트 가까이 높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 움직임에 달러화 채권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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