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온라인몰부터 통합
3800만명 회원 데이터
오프라인 점포에 맞춤 제공
1만여개 점포는 물류기지로
롯데의 온라인 대반격에
e커머스업계 '롯데 경계령'
[ 안재광 기자 ] ‘연결과 융합.’
강희태 롯데쇼핑 사장이 15일 온라인사업 강화를 위한 3조원 투자 계획을 공개하며 강조한 키워드다. 강 사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온라인 쇼핑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오프라인 점포와 온라인을 어떻게 연계할지 오랜 기간 고민했다”며 “(온라인사업 강화는) 백화점 등 오프라인 점포로 유통업을 시작한 롯데의 숙명적 과제”라고 말했다.
강 사장이 내놓은 결론은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이다. 그는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점포를 넘나드는 새로운 유형의 옴니채널을 구축하겠다”며 “계열사가 각각 운영하는 온라인몰부터 먼저 합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몰에서 소비자가 경험한 가격과 상품 정보, 편의성 등을 오프라인 점포로 확장하는 작업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800만 명의 롯데멤버스 회원, 1만10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의미다.
회원 통합하고 점포는 물류 거점으로
롯데의 온라인몰 통합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전산·배송·마케팅·결제 등 일부 영역의 기능 통합이 먼저 진행된다. 강 사장은 “소비자가 유입되는 앞단의 채널은 놔두고 뒷단의 기능을 연내 통합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채널 간 통합에 나서 2020년엔 롯데를 대표하는 단 한 개의 온라인몰만 남기겠다고 했다.
롯데는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점포 간 경계를 허무는 작업도 한다. 우선 각 유통 계열사가 보유한 회원을 통합 관리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VIP 회원이 롯데면세점에서도 VIP 대우를 받도록 하는 식이다. 강 사장은 “고객 등급에 맞춰 롯데 매장 어디를 가든, 온라인몰 어디를 방문하든 맞춤형 응대를 하고 상품 추천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1만1000여 개 롯데 계열사 매장은 온라인 물류 거점으로 활용된다. 온라인몰에서 구입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전국의 롯데 계열사 매장으로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백화점 등 중소기업 협력사의 온라인 참여를 확대하는 일도 과제 중 하나다. 강 사장은 “롯데 협력사 약 40%는 온라인 인프라가 없어 온라인몰에 입점하지 못하고 있다”며 “롯데가 중소 협력사에 상품 촬영, 마케팅, 배송, 재고관리, 고객응대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구매가 이뤄지는 ‘옴니스토어’도 확대한다. 롯데하이마트가 올초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연 구리역점 ‘옴니스토어’가 모델이다. 이 점포는 전시 상품을 30~40% 덜어내고 그 자리에 태블릿PC 등을 설치해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 대규모 투자에 e커머스업계 긴장
롯데는 수년 전부터 온라인몰 통합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단순히 온라인몰을 합치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방안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이베이코리아가 G마켓, 옥션, G9 등 3개 플랫폼을 앞세워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 판도를 흔들었다. 신세계는 마트, 백화점 등을 하나로 합친 ‘쓱닷컴’을 내놨다. 신세계는 연내 1조원대 투자를 받아 온라인 전담 법인까지 설립하기로 했다.
롯데의 온라인사업 투자는 신동빈 회장이 지난 2월 구속수감되면서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롯데 내부에선 오프라인 유통 점포들이 온라인에 고객을 빼앗기는데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위기감이 커져갔다. 유통사업 부문의 ‘맏형’ 격인 롯데백화점이 책임을 지고 온라인사업을 총괄하기로 한 배경이다.
1위 롯데의 과감한 투자 결정에 유통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신세계 등 오프라인 경쟁사 관계자들은 “총수 부재 상황에서도 롯데가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며 “온라인에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커머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막강한 자금력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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