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 고충 토로한 박용만 회장 "지금 같으면 고용 창출 어렵다"

입력 2018-05-16 18:20  

서울대서 CEO 특강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청년들 취업난·창업난 이중고"

"실업급여 등 복지 투자 늘어
고용 유연성 확대 기대

기업 역동성 저하도 문제
대기업 중 자수성가형 5곳"



[ 박상용 기자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노동시장 유연화 없이는 고용 창출이 힘들다는 기업들의 고충을 털어놨다. 기업이 더 이상 일자리를 늘리기 힘들 정도로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각종 규제까지 창업을 가로막고 있어 청년들이 ‘취업난’과 ‘창업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대에서 열린 ‘경영학과 나의 미래 CEO특강’에서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의 힘이 굉장히 강해 기업들이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같으면 기업이 고용을 늘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계에서는 노동시장 경직성과 함께 오는 7월1일부터 시행(300인 이상 사업장 기준)되는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 제도)’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단순히 일하는 시간만 줄이는 게 아니라 업무 형태와 조직문화, 임금체계까지 바꿔야 하는 데다 획일적인 적용도 어려워 기업 현장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는 한국 노동시장이 경직된 원인이 취약한 사회보장제도에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을 잃으면 파산을 걱정할 정도로 복지제도가 부실해 근로자 해고가 어렵도록 관련 법과 규정이 강화돼 왔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현 정부는 노동문제를 중요한 이슈로 여기고 있다”며 “실업급여 지급 확대 등 사회복지 투자가 늘어나면서 노동 유연성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진단도 내놓았다. 활발한 창업이 이뤄지지 못해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국내 1~20위 기업 중 현 대표가 직접 창업한 곳은 네이버(이해진), 미래에셋(박현주), 셀트리온(서정진) 등 5곳(25%)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박 회장은 이런 기업들을 ‘당대 자수성가형’이라고 불렀다. 미국과 일본은 이들 기업의 비중이 70~8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당대 자수성가형 기업을 뺀 나머지 75%는 기업인의 역량과 상관없이 세습에 의해 경영을 하게 된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청년 실업을 해소하려면 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창업을 권유했다. 그는 “각종 법률과 규제 때문에 회사를 설립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며 “그래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목청이 터져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대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에 대한 발언도 했다. 박 회장은 “요즘 기업에 대해 좋지 않은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기업을 대표하는 단체장으로서 부끄러울 때가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경제적 성공은 거뒀는데 성숙한 기업 시민으로서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본다”며 “세습에 의해 기업을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사회에 대한 부채 의식이 없어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기업인들은 법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2013년부터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했으며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두산인프라코어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두산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두병 회장의 5남으로 두산그룹 회장을 지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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